두차례의 불발 끝에 드디어 문재인 대통령과 전국 17개 시·도지사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간담회의 주제는 ‘일자리 협치’였다. 각 시·도의 시장·지사들이 발표형식으로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계획을 내놓았다. 문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일자리 사업을 지역이 기획·주도하고 정부는 평가·지원하는 상향식 소통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역주도 혁신성장을 당부한 것이다.

하지만 시·도지사들의 속내는 대통령의 의중과는 약간의 오차가 있다. 새로운 일자리가 만들어지려면 정부가 전폭적인 재정 지원과 제도적 개선을 통해 새로운 산업의 디딤돌을 놓아주어야 한다는데 방점이 찍혀 있다. 각 시·도지사들의 발표문이 ‘서울형’ ‘부산형’ ‘대구형’ ‘전남형’ ‘경기도형’ ‘세종형’이라 하여 그 도시만의 특색을 담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는 것도 정부의 우선지원의 혜택을 노리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송철호 울산시장은 이날 ‘혁신성장을 통한 좋은 일자리 창출’을 모토로 정부가 주도하는 부유식 해상풍력 국산화 기술개발과 민간이 주도하는 발전단지 조성의 동시추진을 먼저 제시했다. 이어 국보 285호 반구대암각화 세계문화유산 등재,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크루즈관광 활성화, 강동관광단지 조성 등 문화관광산업을 대대적으로 추진해 일자리를 늘리는 방안도 구체적으로 밝혔다. 수소경제 선도도시 조성, LNG벙커링 인프라 구축, 동북아 오일허브 건설 등도 제시했다. 하나같이 정부의 재정과 제도적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한 사업이다.

사실상 지역발전의 전략으로 ‘상향식’이 거론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앞선 정부에서도 전국을 몇개의 권역으로 묶어서 지방주도의 기획안을 내놓게 했으나 실효성은 거의 없었다. 각 지역의 이해관계가 대립되기도 하고 법적·제도적 한계도 노출되기 마련이다. 대부분의 지방자치단체는 인적자원이나 기술력 면에서도 역량이 달린다. 정부의 재정지원 없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을 수 있는 자치단체도 거의 없다. 임기 내 성과를 내고자 하는 자치단체장의 욕심도 장기적 안목의 산업인프라 구축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결국 지방의 기획력을 촉구하기 전에 재정과 제도를 컨트롤하는 중앙정부가 지방의 신산업 인프라 육성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먼저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에 권한이 집중돼 있고 그에 비례해 수도권도 비대해지면서 수도권과 지방이라는 이분화현상이 심각해지고 있다. 문대통령은 지방분권을 주요 국정과제로 꼽고 있다. 대통령과 시도지사의 정례적 만남으로 지방정부의 자율성 보장과 재정의 실질적 분권을 앞당기는 촉매제가 돼야 할 것이다. 이번 간담회가 그 첫단추가 됐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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