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주권 울산 동구 부구청장

오는 9월7일부터 9월9일까지 3일간 동구 대왕암공원 일대에서 ‘주연야화(晝煙夜火)’를 테마로 제1회 울산봉수문화축제가 열린다. 봉수문화축제는 생생한 역사와 현존하는 문화재를 테마로, 역사문화적 가치와 의미를 담은 공연, 체험, 학술 등 갖가지 행사가 진행된다. 봉수는 현대의 디지털 통신의 근원이자 고대 통신의 시발로 우리나라에서 약 120년 전까지 사용되었던 통신수단으로 먼 곳까지 신속하게 정보를 전달하였다는 점에서 문화재로서 역사적 가치를 재조명받고 있다.

역사상 통신의 1세대는 봉수대와 역참이라 할 수 있다. 봉수대는 높은 산봉우리에 봉수대를 설치해 밤에는 횃불을 피고 낮에는 연기를 피워 외적 침입이나 위급한 상황을 궁전에 알리는 통신기기 1세대다. 높고 동그랗게 쌓은 봉수대 위에는 봉수자재, 병기와 생활용품을 갖추고 오장(伍長)이 봉수군을 통솔해 불꽃과 연기로서 통신 임무를 수행하였다. 전국의 봉수는 경흥·동래·강계·의주·순천의 5개 봉수대를 기점으로 해서 중앙에 올라온 정보를 남산 봉수대 오원이 취합해 병조에 보고하고 승정원이 임금에게 보고해 변란의 위기를 관리했다. 천년이 넘는 봉수대의 역사는 1894년(고종 31년) 근대적 전화 통신기가 도입되면서 사라지게 되었다. 둘째는 몽골에서 유래된 역참제도이다. 우리나라는 수도를 중심으로 각 지방에 이르는 교통로를 말(馬)로 달려 하루에 갈 수 있는 거리(약 100리)마다 거점을 두고 숙소, 쌀, 마필을 두어 중앙과 지방 사이의 명령을 전달하거나 운수(運輸)를 뒷받침하는 교통·통신기관이었는데 삼국시대부터 유래해 고려, 조선시대까지 활성화되다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봉수제로 대체됐다.

2세대 통신수단은 전화다. 인류 역사상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사람은 안토니오 메우치(Antonio Meucci)로 1860년 몸이 마비된 아내를 위해 침실과 자신의 작업실을 연결하는 시스템 개발이 전화기의 시초가 되었다. 우리나라에 최초로 전화기가 들어온 것은 1882년 3월 텐진 유학생 상운이 귀국하면서 가져온 것으로 전해지며 당시 ‘Telephone’이라는 영어발음을 본 따서 덕률풍(德律風)이라고 불렀다. 최초 전화기가 설치된 것은 1896년 궁내부에 자석식 교환기로 광복이후 줄곧 관공서 내부 통화용으로 사용되었다. 민간전화는 1970년대 후반까지 마을에 한 두대가 고작이었고 동네 이장은 외부로부터 전화가 걸려오면 앰프방송을 통해 누구 집 전화 받으라고 외치곤 했다.

다음 3세대 통신수단은 휴대폰이다. 휴대폰이 국내에 처음 선보인 것은 1984년 모토로라이다. 우리나라는 삼성전자가 1988년에 자체 기술로 휴대폰을 출시하면서 휴대폰 산업에 불을 지폈다. 1996~2001년까지는 디지털 모바일시대로 이때부터 휴대폰이 기존의 음성에서 데이터 통신까지 구현할 수 있는 멀티미디어 종합단말기로 변신을 하게 되었다. 2007년에는 스파트폰 혁명이 일어나게 되는데 애플이 발전된 하드웨어, 터치스크린, 자유로운 앱 설치 등의 기능을 가진 아이폰을 출시하자 삼성도 이에 뒤질세라 연이어 신기술을 출시해 휴대폰시장의 세계 양강구도를 형성해 오늘에 이르게 된다. 고대 봉수에서 현대의 스마트폰까지 통신수단의 발전과정을 살펴보면서 통신기술의 발전이 인류의 복지향상에 얼마나 많은 기여를 해왔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스마트 폰이 비록 첨단기기라고 할지라도 봉수와 역참, 전화기가 없었다면 오늘이 있었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울산 동구에서 처음으로 열리는 이번 봉수문화축제는 우리나라 통신기술의 시초라고 할 수 있는 ‘봉수’를 통해 우리의 역사를 돌아보고 미래 발전가능성을 가늠해 보는 뜻깊은 행사이다. 봉수의식 재현행사, 봉수대 만들기와 파발병 체험, 봉수홍보관 운영, 봉수학술 심포지엄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옛 것을 통해 새 것을 배우는 ‘온고지신’의 마음을 바탕으로 통신문명 발전에 대한 염원을 담았다. 동구는 여기에 멈추지 않고 향후 봉수축제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 소중한 지역 문화유산을 바탕으로 대표 민속축제로의 발전을 도모할 계획이다. 지금 동구는 조선해양산업 침체로 그 어느 때보다 경제가 어려운 시기에 있다. 봉수에 불을 붙여 새로운 소식을 알렸던 것처럼 이번 축제가 동구경제에도 새로운 불꽃이 점화되는 계기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엄주권 울산 동구 부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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