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 시도한 학교환경 색채개선사업
학생들의 학습향상·정서안정 긍정효과
색으로 소통하는 즐거운 학교 조성 소망

▲ 신선영 울산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홍익대 색채학 박사 수료

필자는 서울시교육청의 색채전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서울시 초·중·고등학교 건물의 색채디자인 계획 및 자문을 하고 있다. 색채가 인간이 대상을 인지하고 공간을 체험하는데 있어 가장 우선적이고 영향력이 큰 요소라는 것이 이미 수많은 실험과 연구를 통해 밝혀진 사실로, 서울시 교육청이 학교 공간 개선을 위해 색채환경에 주목하고 있는 이유이다.

최근 학교건축의 디자인 수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교건축에서 디자인의 중요성을 인식, 그 동안의 획일화되고 무미건조한 학교건축에서 탈피해 학교건축이 사용자의 창의성과 감성을 일깨우고 학생중심의 차별화된 교육공간으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패러다임의 변화를 실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교건축을 가격입찰에서 설계공모 중심, 즉 디자인 중심으로 전환했다. 앞으로의 학교건축은 효율적 교육을 위한 공간의 기능뿐만 아니라 창의성 향상을 위한 공간의 감성까지도 세밀하고 체계적으로 계획되고 관리되어야 한다.

우리 자녀들이 12년의 교육과정 동안 배우고, 생활하고 성장하는 장소인 학교는 사회에서 경험하는 다른 어떤 공간보다 중요한 공간임이 틀림없다. 최근 많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고 있는 <공간의 위로> <행복의 건축> <공간이 마음을 살린다>와 같은 책들은 건축공간이 기능적 구조를 넘어 감성적 환경으로서의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색채환경 디자인은 공간에 감성을 부여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다. 필자는 서울시교육청의 학교 환경색채디자인 사업에 참여하면서 학교 건축에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색채디자인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2011년부터 서울시는 딱딱하고 획일적인 학교공간을 아이들의 감수성과 학습능률을 높일 수 있는 환경으로 바꾸어 아이들이 즐거워하고,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기 위해 ‘색깔있는 학교 만들기’ 사업을 시작했다. 그 후 ‘우리학교, 고운색 입히기’ ‘꾸미고 꿈꾸는 학교화장실 만들기’ 등 교육공간의 색채환경조성 사업들을 진행하고 있다. 교육공간의 색채환경조성을 위해 서울지역 초·중·고등학교에 컬러테라피 이론을 도입하였고 컬러컨설팅 시범학교를 대상으로 교육청, 색채전문가, 학생, 교사, 학부모로 구성된 테스크포스팀을 구성해 체계적인 색채교육 및 워크숍을 통해 학교에 필요한 색채와 그래픽 디자인을 개발해 학교 내·외부 공간에 적용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또 학교 색채환경 조성사업의 효과를 검증하기 위해 학생들의 만족도와 스트레스 반응 검사를 실시하였는데 그 결과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솔 수치가 평균 20.7% 감소하였고, 학생 만족도는 크게 개선되었으며, 후두엽이 발달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학습량이 많고 감수성이 예민한 중·고등학생의 코티솔 수치가 초등학생들의 결과치보다 현저히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 사업과 연관해 2015년에 실시한 뇌파변화 검사에서는 색채환경 조성사업을 실시한 학교의 학생들은 실시하지 않은 학교의 학생 보다 주의력은 40%, 집중력은 2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학교환경 색채개선 사업이 학습능력을 향상시킬뿐만 아니라 학교생활에서 경험하는 스트레스를 감소시킴으로서 학생들의 정서적 안정에도 큰 도움을 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연구 결과들을 종합해보면 학교공간의 색채환경 개선사업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알 수 있다.

색채는 시지각적 환경요소로서 다른 환경적인 요소에 비해 사람의 정서적, 심리적으로 강한 영향력을 갖는다. 교육학자 블룸(Bloom)은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나는 어린이일수록 정서가 풍부하고 다양하며 색채감각이나 지능발달 면에서 탁월한 차이를 보여준다. 즉, 지능발달에 도움이 되는 환경은 색채환경이 풍요로운 환경이다”라고 지적하였으며 독일의 심리학자 에텔(Ertel)은 환경에 있어서 색채가 학습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내기 위해 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색채는 학습능력 및 긍정적인 사고와 바람직한 행동등을 고취시킬 수 있는 기능적 요소라는 것을 검증하였다.

교육환경에서의 올바른 색의 사용은 학교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에게 학습능력 향상과 창의력 및 모든 사고와 행동 등에 긍정적 발달을 향상시켜줄 수 있다. 아이들을 즐겁게 만드는 학교, 아이들이 가고싶은 학교가 필요하다. 색채는 이런 학교를 만들어 줄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색으로 소통하고 변화하는 즐거운 학교, 우리 아이들의 꿈과 희망, 미래가 그 색에 물들길 소망한다.

신선영 울산대 건축학부 겸임교수 홍익대 색채학 박사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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