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우사 경제부 기자

울산 경제가 장기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가운데 불투명한 미래에 대한 불안심리는 시민들의 지갑을 굳게 닫아버렸다.

이같은 소비침체는 자연스레 지역 소상공인들의 휴·폐업과 더불어 골목상권을 존폐의 위기에 몰아넣었다. 울산 최대 상권으로 분류되는 남구 삼산동과 달동에 빈 상가와 점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반면 지금의 상황을 기회삼아 조금씩 세를 불려나가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이마트 계열의 SSM(기업형슈퍼마켓) ‘노브랜드’다. 노브랜드는 울산에서 지난해 5월 달동점을 시작으로 1년여 만에 7곳의 매장을 잇따라 개점했다. 최근에도 중구 유곡점과 동구 방어점 개점을 앞두고 있었지만 지역 소상공인 단체들의 반대에 부딪쳐 잠시 숨을 고르고 있다.

전국적인 유통망을 기반으로 저렴한 가격에 생필품을 판매하는 SSM의 입점이 울산시민들에게는 반가울 수도 있지만, 무분별한 대기업의 골목상권 진출은 분명 울산지역 소상공인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일이다. 이에 노브랜드의 입점을 저지하고자 소상공인 단체들이 나서고 있지만 그 모양새가 심히 우려스럽다.

현재 울산에는 10여년 넘게 지역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를 대변한 울산수퍼마켓협동조합과 노브랜드 동구 방어점 입점을 계기로 설립된 동구슈퍼마켓협동조합 두 단체가 활동중이다. 문제는 이들이 노브랜드 입점 반대라는 공동의 목표를 내걸고 있지만, 최근 상호비방을 넘어 분열됐다는 것이다.

울산수퍼마켓협동조합은 개인대형슈퍼마켓 점주로 구성된 동구조합이 SSM보다 더한 골목상권 파괴자라 비판하고 있으며, 동구조합은 노브랜드의 입점을 막지않고 방관한 울산조합의 무능력함을 문제삼았다. 결국 이들은 최근 입장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독자노선을 걷기로 결정했다.

대기업의 골목상권 잠식은 지역 소상공인 전체의 생존권이 달린 사안이다. 소상공인 단체들은 지금이 상호간의 과오를 지적할 시기인지, 공동의 목표 아래 연대를 펼쳐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지켜낼 것인지 심사숙고해야 할 것이다. 이우사 경제부 기자 woos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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