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울산 남구 명동삼거리
대형 스팀배관 폭발사고등
배관 70여% 15년이상 노후화
공동배관망등 근본대책 시급

▲ 지난 13일 울산시 남구 선암동 명동삼거리 주변 도로 아래 매설된 대형 스팀 배관 폭발사고 현장에서 경찰과 소방 관계자들이 현장조사를 벌이고 있다. 김경우기자 woo@ksilbo.co.kr

울산지역 국가산업단지 일대 지하에 매설된 스팀배관 등이 폭발하는 사고가 해마다 끊이지 않고 이어지면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전문가들은 더 큰 사고 예방을 위해서라도 통합파이프랙(공동배관망) 구축 등 근본적 안전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16일 울산시소방본부와 남부경찰서 등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11시45분께 울산시 남구 명동삼거리에서 석유화학공업단지 방향 도로 아래 매설된 대형 스팀배관이 폭발로 파손돼 다량의 스팀이 분출됐다.

이 사고로 공단에서 명동삼거리 방향 편도 2개 차로 일부가 패이고, 도로에 있던 덤프트럭 1대가 파손됐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으나 도로는 가로 10m·세로 3m·깊이 3m 정도로 패이거나 내려앉았다. 현재 이 곳은 보수작업이 진행중이다.

사고가 난 스팀배관은 한주에서 한화종합화학·롯데정밀화학으로 연결되는 직경 700㎜의 고압 관로이다. 배관의 총 길이는 4~5㎞ 정도며, 매설된 지 10년이 채 안 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폭발 원인을 조사중이나 결과가 나오기 까지는 시일이 걸릴 전망이다. 남부서 관계자는 “정확한 폭발 원인을 조사하기 위해 해당 배관을 잘라 국과수에 의뢰하는 한편 회사 관계자 등을 불러 조사할 계획”이라며 “추석 연휴 등이 끼여 있어 결과는 빨라도 10월 중순쯤 되어야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스팀배관 폭발사고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데 있다. 지난 2015년 7월 중순에 울주군 온산공단 내 고려아연 온산제련소에서 스팀배관 철거과정에서 폭발사고가 발생 황산연료 일부가 유출된데 이어 이듬해 11월 중순에는 남구 석유화학공단에서 스팀배관 수증기 분출사고가 발생했다.

또 앞서 지난 2014년 5월 중순에는 LS니꼬동제련 온산공장에서 스팀배관이 파손돼 다량의 수증기가 유출되는 등 스팀배관 폭발사고는 해마다 발생하고 있다.

한국화학연구원 RUPI사업단장 이동구 박사는 “경찰에서 조사를 하면 결과가 나오겠지만 이번 사고는 서로 다른 관이 지나가는 땅속에서 ‘간섭효과’로 인해 발생하게 아닌가 추정한다”며 “그나마 스팀배관이었기에 다행이었지, 만일 화학관이나 가스관 등이었다면 더 큰 사고로 이어졌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30여개 정유·화학업체가 밀집한 울산 석유화학공단과 온산국가공단의 지하에는 총길이 1774㎞에 이르는 배관이 묻혀 있는데, 매설한 지 15년이 지난 배관이 70%가 넘고 오래된 것은 50년이 된 것도 있는 ‘땅속 시한폭탄’으로 불린다. 그러나 업체마다 자기 회사의 배관만을 제각각 관리하기 때문에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 박사는 “대부분의 배관이 노후화된 데다 서로 얽혀 사고라도 나면 중대 재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시간이 지날수록 땅 밑 지하배관은 부식 등으로 더 약해지기 마련이어서 통합파이프랙 구축과 통합관리센터 설립 등 근본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형석기자 stevech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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