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작품 비평 ‘변방의 수사학’
비평·작품론·자료등 5부로 구성
지역문단 가능성·확장성에 관심

 

문영 작가가 비평집 <변방의 수사학>(작가시대)을 펴냈다. 울산 문단 최초의 비평집인데다 저자에게 영향을 끼친 시와 시인은 물론 ‘변방의 시’(울산 지역)까지 두루 다루고 있어 지역 문단의 새로운 가능성과 확장성을 불러올 것으로 기대된다.

비평집은 <심상> <한국동서문학> <주변인과시> <문학울산> <울산문학> 등에 저자가 틈틈이 발표했던 글들을 가려서 엮었다. 차례는 ‘시와 비평’ ‘시인과 작품론’ ‘변방의 시와 시인들’ ‘시작노트, 단상과 촌평, 자료’ ‘내 시의 빛과 그늘’ 5부로 이어진다.

저자의 비평은 이론 위주의 현학적인 글에서 벗어나 감상 비평과 에세이, 스토리텔링을 가미해 독자들이 쉽게 접하도록 구성됐다. 그러면서도 강단에서의 업적 쌓기, 문학 권력과 명성에 기대어 쓴 글도 아니기에 더욱 미덥다.

삶과 문학에 대한 한국시에서 대가로 평가되는 박목월의 발굴 시와 김종길 시인, 유치환과 김춘수 시에 대한 비평은 시인이자 비평가인 저자가 오랫동안 쌓아온 시 독해와 탐구정신이 묻어난다. 지역시인 강세화의 시세계는 ‘토착어 구사와 그리움의 진정성’으로, 고 서상연 시인의 시작품을 ‘향토적 정감과 상실의 미학’으로 풀어냈다.

 

무엇보다 ‘蔚山詩文學史’(울산시문학사)는 해방 후의 울산시문학사를 정리하고 서술한 것으로 지역문학사의 정립을 넘어 앞으로 한국시문학사에 편입돼야 할 가치있는 글이다.

마지막 장은 ‘경험적 자아와 실존의 전체성’(김준오), ‘우화적인 비유에 의한 인간 발견의 시’(박이도) 등 저자의 시에 대한 타자의 비평도 담았다.

문영 작가는 “내게 영향을 끼친 시와 시인과 특히 울산의 시와 시인에 집중돼 있지만 ‘변방의 수사학’이라는 제목은 지역보다 의식을 염두에 둔 때문”이라며 “시간을 견디고 살아남는 언어가 진정한 문학의 언어”라고 말했다.

울산 최초의 비평집에 지역 문단의 관심이 쏠리는 건 당연하다. 김옥곤 소설가는 “지역시인들에 대한 깊은 천착이야말로 그의 용기가 빚어낸 값진 노작들”이라고 말했다. 장창호 극작가는 “고정관념에 부딪히고 주례비평의 압박에 시달릴법한 오지에서 그의 글은 되레 자유롭고 기운생동한다. 사랑과, 문학과, 삶의 의미 사이를 빈틈없이 차지할 변방 생활의 중도요 적멸보궁”이라고 했다.

거제에서 태어난 저자 문영은 영남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80년부터 울산에 살며 문학공부와 글쓰기를 이어왔고 <심상> 신인문학상(1988)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소금의 날> 외 2권을 냈다. 오영수문학관에서 문예창작지도를 맡고 있으며, 경상일보에 연재되는 ‘울산화첩-울산을 그리고 세상을 읽는다’의 필자로 참여하고 있다. 홍영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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