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로 나뉜 어촌마을…지자체는 뒷짐만

▲ 자료사진

어촌계, 선주회서 해녀들에게 사용료 부과하자 관리권 회수
선주회, 와이어 훼손 후 교체비용 부담안해 사용료 부과 주장
120여명의 주민들 양분 불화…소유권 가진 동구청 중재 촉구

울산시 동구 주전 어촌마을이 항구에 설치된 선박 인양기 관리 주체를 두고 어촌계와 선주회가 수개월째 극심한 갈등을 빚으면서 마을 민심이 두 동강이 됐다.

이들 단체의 대립에 바다를 삶의 터전으로 삼고 있는 주민들이 때아닌 불편을 겪으면서 둘로 갈라진 어촌마을 문제 해결을 위해 지자체의 중재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8일 주전 어촌계에 따르면 어촌계는 지난 3월 주전항에 설치된 선박 인양기의 관리권을 선주회로부터 회수했다.

인양기는 태풍 등 자연재해 또는 수리 등을 위해 해상에 있는 선박을 육지로 들어올릴 때 사용하는 크레인 형태의 시설물이다. 주전항의 선박 인양기의 경우 동구청에서 설치해 원칙상 소유권은 동구청에 있다.

인양기는 보통 어촌계에서 관리를 하는데, 주전항의 경우 주전 어촌계가 인양기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주전 선주회 측에 약 7년 전부터 임의로 관리를 맡겨왔다.

하지만 어촌계가 인양기 관리시설의 자물쇠를 교체, 선주회로부터 관리권을 다시 회수하는 과정에서 갈등이 시작됐다.

주전 어촌계 관계자는 “선주회에서 올해 초부터 인양기 사용과 관련해 해녀들에게 돈을 내고 사용하라는 등 갑질을 해 부득이하게 관리권을 다시 회수했다”며 “현재는 모두가 원하면 언제든 인양기를 사용할 수 있게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선주회 측은 “해녀들에게 돈을 내라고 한 것은 정당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지 갑질은 아니다”고 반박했다.

선주회 관계자는 “해녀들이 인양기를 사용하다가 와이어가 꼬이는 일이 발생한 적이 있어 결국 와이어를 새 것으로 교체, 이 와이어 교체 비용 절반은 선주회에서 내고 해녀들에게 나머지의 절반을 청구했는데 내지 않아 수리 비용을 내고 사용하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어촌계 측이 인양기 관리시설 자물쇠를 마음대로 바꾼 후 선주회 관계자들이 인양기 사용을 요청하면 쓸 수 없다고 퇴짜를 놓았다. 선주회 소속 회원들이 계속 항의를 하자 어촌계에서 최근 자물쇠를 제거했다”고 주장했다.

선박 인양기 관리를 두고 양측의 갈등이 커지자 조용하던 120여 주민이 살고 있는 어촌마을 분위기도 싸늘해졌다. 주민들도 각자 입장이 나뉘면서 서로 반목하며 둘로 갈라진 상태다.

주전마을 한 주민은 “동네가 두 패로 나뉘어서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다. 화목하던 마을이 이젠 주민들끼리 서로 고소·고발을 입에 담고 있는 곳으로 바뀌었다”며 “관할 자치단체가 중재를 해서 양쪽이 화해를 하면 좋겠는데 뒷짐만 지고 있으니 지켜보는 주민들만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 정작 인양기 소유권을 가진 동구청은 마땅한 중재방안을 내놓지 못하며 제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동구청 관계자는 “선박 인양기와 관련된 갈등 뿐만 아니라 어촌계나 선주회 소속 주민들 간의 개인적인 갈등도 함께 얽혀 있어 행정이 개입하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다”며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해보겠다”고 말했다.

김현주기자 khj1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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