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뢰등 바탕 北핵폐기 이끌어냈지만
핵폐기 실천엔 국민적 협조 담보돼야
정치권 초당적 지원으로 민족평화를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2018년 9월19일 낮. 가을 정취로 물씬한 평양 백화원 영빈관. 북한 동창리 지하 벙커에서 서울과 워싱턴을 정조준한 핵탄두가 사실상 ‘무장해제’로 가는 길목의 ‘평양공동선언’이 공식 발표됐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이날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 가운데 상기된 표정으로 이같은 공동선언문 발표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김 위원장은 나아가 “문 대통령의 초청에 따라 이른 시일 내 서울을 방문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의 서울방문 시점은 연말을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질적인 프로세스가 9부능선을 상징하는 ‘9·19 평양공동선언’이 전세계로 타전된 것이다. ‘어제의 핵깡패’가 오늘의 ‘최고지도자’로, 장성택을 단칼에 베고 이복형 김정남을 제3국에서 암살특명을 내린 세기의 독재자로 각인된 김정은이 ‘존경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에다 ‘부인 리설주 여사’에까지 이르는 과정은 불과 150여일 밖에 걸리지 않았다. 아버지 김정일 시대가 막을 내린직후부터 지난 5년간 베일속의 독재자 김정은은 바야흐로 동북아의 중심부 ‘젊은 지도자’로 급진화하고 있다.

독재자 김정은을 세계속에 친화적 인물로 메이킹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속전속결의 핵포기 프로젝트의 중심부는 트럼프도 김정은도 아닌 역시 문재인 대통령이다. 10여 년만에 다시 남북 화해무드의 물꼬를 튼 ‘평창’레버리지를 통해 4·27 남북정상회담을 성공적으로 이끈 이면엔 문 대통령의 승부사 역할이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번 3차 평양회담에 앞서 김정은의 과감한 결단으로 전세계에 생중계된 ‘평양의 리얼타임 25시’는 물론 그동안 베일에 갇힌 ‘비밀아지트’의 셀프 공개는 예상을 뛰어 넘은 파격이다. 특히 김정은과는 여전히 적대적 파트너인 미국 CIA에선 북한 지휘부의 동선과 비밀 공간을 더욱 심층적으로 분석했을 가능성도 있는 가운데 김정은의 이같은 자신감은 과연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문 대통령과의 그동안 쌓여온 두터운 신뢰에서 비롯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35세의 김정은에겐 올해 66세의 문 대통령은 사실상 ‘아버지뻘’이다. 그럼에도 끝없는 존중과 격의 없는 대화, 그리고 속임수 없는 진정성까지 담보한 문 대통령의 지도력을 김정은은 물론 리설주 여사의 속내를 자극했을 수도 있다. 여기다 북한의 경제사정과 맞물려 “남북한이 함께 잘살아 보자”라는 쪽으로 급류를 타면서 비핵화에서 핵폐기 수순으로 9부능선으로 이어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제 남은 것은 ‘핵폐기’의 과감한 실천이다. 핵포기 후속조치를 위한 프로그램이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선 북미간의 실질적인 대화를 비롯한 미·중·러등 국제적 환경은 별개로 하더라도 국내 정치권은 물론 국민들의 적극적인 협조 없이는 사실상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더불어민주당 등 집권부는 문 대통령이 지속적이면서도 과감하게 펼쳐온 비핵화의 9부능선에서 ‘정치적 낙수’를 기대하면서 절대 교만해선 안된다. 진실된 자세로 국민과 야당을 설득하고 낮은 자세로 임해야 한다. 반대로 제1야당 자유한국당 김병준 비대위와 같은 보수당의 손학규 바른비래당 대표 역시 초당적으로 협조 무드로 급전환해야 할때다. 이번 평양정상회담에서 아쉬운 것은 야당지도자들의 불참에 이어 속좁은 ‘딴지걸기’다. 정무적 사전협의 필요성 등 지엽적 차원을 과감하게 넘어 김정은을 직접 만나 남한의 보수정서를 얘기하고 ‘점잖게’ 핵폐기 등의 약속이행을 분명하게 요구하는 것도 야당지도자의 제역할이지 않았을까. 8000만 민족의 평화는 대통령 혼자만의 리더십으로 이뤄지는게 아니다. 문 대통령의 ‘비핵화 승부수’에 다시한번 응원을 보낸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