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 파워를 앞세워 "옛 대우차의 회복"을 선언하며 미 제너럴모터스(GM)가 한국에 상륙함에 따라 국내 자동차 시장이 세계 자동차업계의 격전장으로 바뀌게 됐다.

 현대·기아차 등 토착세력과 세계 1위의 GM이 인수한 대우차 및 세계 6위의 르노닛산 그룹이 인수한 삼성차 등 해외자본 유입세력이 치열한 시장경쟁을 벌이게 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2~3년이 "한치의 양보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현대·기아차의 수성 전략이 성공할 것인지, 아니면 "절대강자는 없다"는 다국적기업의 파상공세가 성공할 것인지를 판가름할 중대 고비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한편으로는 현대차 지분을 다임러크라이슬러와 미쓰비시차가 20% 가까이 갖고 있고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중인 쌍용차도 정상화 후 해외매각이 추진되고 있어 한국 자동차 산업에서 해외자본의 입김은 갈수록 커질 전망이다.

 지난해를 기준으로 업체별 국내 자동차 시장점유율은 현대차 48.7%, 기아차 27%,대우차 11.8%, 쌍용차 7.7%, 르노삼성차 4.9%로, 대우차가 GM으로 넘어가더라도 현대·기아차의 점유율이 75.7%에 달하는 등 토종 업체들의 우위는 확고하다.

 그러나 GM이 대우차를 인수하면 첨단기술과 마케팅기법, 금융상품 등으로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2~3년 뒤에도 "토착세력"이 이같은 점유율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업계 일부에서는 대우차의 시장점유율이 레간자, 누비라, 라노스 등 이른바 "대우3총사"가 일시에 투입됐던 지난 97년초의 33% 수준으로까지 올라갈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르노삼성차도 "낡은 모델" SM5가 중형차시장에서 매달 8천~9천대 판매되면서 선전하고 있고 가을께 중소형 SM3 모델을 내놓는 등 새 차종을 잇따라 선보이며 시장점유율을 오는 2003년까지 10%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물론 GM과 르노가 국내 시장에 정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과제도 많다.

 GM-대우차(가칭)는 정상화에 2~3년이 걸릴 것으로 보이고 SM5 한 차종으로 버티고 있는 르노삼성차도 SM시리즈를 반석 위에 올려놓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GM과 르노의 시장점유율 상승은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 하락을 의미한다.

 "한지붕 두가족"인 현대·기아차의 시장점유율은 현재 75% 안팎에 달하지만 GM과 르노가 2~3년 후 우리 시장에 안착한다면 50~60% 선으로 떨어질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따라서 현대·기아차는 GM~대우 및 르노삼성차가 정상궤도에 오르기 전에 시장점유율을 더욱 높이고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등 앞으로 2~3년간 안팎에서 경쟁할 수 있는 충분한 힘을 키워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현대·기아차는 내수에서는 기술력 및 차종의 다양성, 마케팅, 시장기반 어느 쪽에서도 밀리지 않고 있고 대우차의 주인이 바뀌었다고 해서 당장 생산라인이나 차종이 바뀌는 것도 아닌 만큼 당분간 "아성은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GM-대우차와 르노삼성차의 정상화에 대비, 품질개선과 새 모델 개발, 마케팅 강화 등에 한층 심혈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업계 관계자는 "자동차 산업이 해외자본과 연결된 것은 "종속"과 "안전판 확보"라는 양면성을 동시에 지닌 것"이라며 "부품산업의 보호·육성책과 곁들여 자동차 산업의 종합적인 발전계획이 수립돼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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