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계종 “종무원 노조 결성 유감…받아들이기 어렵다”

지난달 설정 총무원장 퇴진으로 이어진 대한불교조계종 사태 여파로 조계종 종무원들의 노동조합이 결성됐다.

민주노총 전국민주연합노조 산하 대한불교조계종지부(이하 조계종지부)는 20일 민주노총 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출범을 선언했다.

조계종지부는 조계종 사무와 시설관리 등의 업무를 하는 종무원들이 결성한 노조다. 조계종에서 종단 차원의 민주노총 산하 노조는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달 조계종 불광사에서 노조가 출범했지만, 사찰 단위이고 민주노총 산하 조직도 아니다.

조계종지부는 출범 선언문에서 “자유로운 의견조차 표현하기 어려운 조직문화 개선과 종무원들의 인권 및 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사부대중의 평등한 공동체 실현을 통해 불자와 국민에게 신뢰받는 종단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조계종지부는 “지난 9개월여의 소요는 우리 모두에게 깊은 상처와 후유증을 남겨 줬다”며 “돌이켜보면, 이 소요의 원인은 수십여 년의 세월 동안 축적되고 지속해온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계종 사태 기간 종무원들은 ‘종단 안정’과 ‘쇄신’ 구호 속에서 ‘수단과 도구’로 전락했다는 게 조계종지부의 주장이다.

조계종지부는 “개혁불사 초심으로 종무에 대한 책무를 다하고자 했으나 우리의 자긍심은 순응적인 문화, 줄서기 문화 속에 무너져 버린 지 오래”라며 “공정하고 합리적인 종무행정은 갈수록 줄어들고 신도를 수동적인 동원의 대상으로 전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당하게 노동자로서 스스로 권익을 보호하고 우리의 일터인 종단과 사찰이 세상에 든든한 안식처가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계종지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고용안정, 직장 내 성 평등, 근로조건 개선을 통해 우리 노동의 가치가 제대로 인정받는 종단이 되도록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계종지부는 현재 40여명 규모로, 조합원을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조계종 중앙과 산하기관에서 근무하는 종무원 등은 300∼400명이다.

조계종은 종무원들의 노조 설립에 대해 유감을 표했다.

노조에 가입하지 않은 종무원들은 내부 갈등을 우려하고 있다. 

조계종은 대변인인 기획실장 학암 스님 명의의 입장문에서 “종단적으로 매우 중차대한 시기에 종무의 최일선에 있는 재가 종무원들의 갑작스러운 노동조합 결성 소식이기에 매우 염려스럽다”며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어 “관리자의 권한 일부를 위임받아 종단의 정책결정 등에 상당한 역할을 행사하는 이들이 노조를 결성하는 것은 법률상으로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최근 민주노총 지도부는 종단을 음해하는 세력에 동조했고 불교 내부 문제에 개입해 불자들의 우려와 불신을 불러일으켰다”며 “이러한 민주노총과 연계해 종단 정치 문제에 관여하고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의 행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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