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에든버러프린지페스티벌
확고한 콘셉트로 세계적 축제로
축제 많지만 히트작 없는 울산
콘셉트 분명한 복합형축제 필요

▲ 홍종오 영화감독·울산영화인협회장

공연예술의 대표적인 축제인 영국의 ‘에든버러축제’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인해 상처받은 이들의 정신을 치유하려는 목적으로 1947년 기획되었으며, 축제를 통한 지역개발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힐 정도로 결과가 성공적이었다.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에는 해마다 수백 개의 공연 단체가 참가해 수천 건이 넘는 공연이 펼쳐지며 2011년의 경우 2600여 공연이 열렸다고 한다. 공연 분야는 코미디극, 음악, 어린이극, 뮤지컬, 오페라, 무용, 신체극, 전시 등이며 판매되는 티켓도 200만장에 육박할 정도이다. 이 축제가 돋보이는 이유는 대부분의 지역 축제가 그 지역의 전통을 기반으로 발전하는데 반해 에든버러 축제는 현대적인 전시와 예술 공연을 토대로 한다는 점 때문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축제가 어떻게 지역의 고유성과 정체성으로 수용되는가를 모범적으로 보여 주는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5월25일부터 다음달 16일까지 비비드 시드니가 펼쳐진다. 이 기간이 되면 아름다운 색들로 물든 시드니 시내를 감상할 수 있다”며 ‘하이호주’ 관계자가 자랑하는 ‘VIVID 시드니’는 조명(Light)과 음악(Music) 그리고 아이디어(Idea)라는 세 가지 요소를 통해 축제기간 동안 음악과 조명, 첨단기술, 아이디어가 번뜩이는 이색적인 시드니의 야경을 만든다. 클래식 공연예술이 중심인 ‘에든버러 프린지페스티벌’과 뉴미디어와 빛의 축제인 ‘비비드 시드니’는 확고한 콘셉트로 세계적인 문화예술축제로서 자리 잡았으며 축제 기간 동안 수많은 관광객을 그 지역으로 불러들이고 있다.

울산은 전국에서 축제 많은 도시로 손꼽힌다. 그러나 전국적인 히트작이 없다. 축제 저마다의 개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막대한 예산으로 진행되는 축제가 기획 단계에서부터 그 축제만의 개성있는 콘텐츠보다는 축제의 승패를 관람객의 숫자에 맞춰 평가 받다보니 남녀노소 누구나 참여할 수 있게 기획될 수밖에 없는 일부 지역 축제의 한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 축제가 없다는 말의 이면엔 발상의 전환과 과감한 실행이 배제됐다는 뜻이 숨어 있다. 집중과 확산이 필요한 때가 아닌가 싶다. 이제는 구·군별 개성있는 축제 기획이 필요하다. 지역 기반 전통적인 축제를 제외한다면 조선해양축제, 옹기축제, 반구대산골영화제와 얼마 전 성황리에 끝난 세계산악영화제 등은 지역의 특성을 살린 특색있는 축제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또 하나 특색있는 영화제가 태화강대공원에서 열린다. ‘제1회 울산단편영화엑스포’ 행사는 울산 최초 ‘3면 멀티스크린’영화와 ‘VR영화’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런 시기에 지난 19일 시청에서 ‘(가칭)울산국제환경영화제 전문가 토론회’가 개최되었다. 영화제 관계자, 언론사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각자의 의견을 발표했다. 토론에서는 ‘국제환경영화제를 단독 개최해야 하느냐’와 ‘에든버러 축제같은 복합적인 문화 축제를 병행하자’는 등 다양한 의견이 쏟아져 나왔다.

첫 단추가 중요하다. 부산국제영화제를 약화시키기 위해 졸속 기획되었다는 오명으로 출발한 ‘부산원아시아페스티벌’의 사례에서 보듯 새로운 큰 행사 기획은 신중하게 접근하고 타당한 결과가 도출되면 과감히 실행할 결단이 필요하며, 그런 축제를 진행할 수 있는 청년 축제 전문가 양성 시스템도 병행해서 육성시킬 필요가 있다. 지역의 새로운 축제는 앞서 언급한 에든버러 축제나 비비드 시드니 같은 콘셉트가 분명한 복합형 문화예술 축제로 기획되어야 울산의 대표축제로 자리매김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문화는 소득 수준과 비례해서 발전한다. 울산도 이제 소득 수준에 맞게 작지만 개성넘치는 다양한 규모의 축제 콘셉트와 울산이라는 브랜드의 자부심을 가질 그런 축제를 기획, 실행하는 큰 그림이 그려지길 기대해 보며 영화인으로서 지역민으로서 필자도 적극 연구할 것이다. 한편으로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20% 정도뿐이었다. 나머진 이미 다 짜여져 있었다”는 지역 축제에 참여한 어느 총감독의 푸념이 지역 축제의 한계로 이어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곱씹어 본다.

홍종오 영화감독·울산영화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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