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선출직 공직자들이 취임한지 3개월 가까이 지나면서 선거공약 이행을 위한 점검에 한창이다. 이는 시민들과의 약속인 선거공약을 실천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유권자의 의식이 높아진데다 공약실천율을 주시하는 사회적 감시가 촘촘해지면서 공약(公約)을 공약(空約)으로 날려버렸다가는 다음을 기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들 단체장들은 우선 선거 때 내놓은 공약들을 다듬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선호 울주군수는 지난 14일 군민 19명으로 구성된 군수공약사항 검증평가단을 구성했다. 이들은 군수가 후보시절 제시했던 5개 분야 84개 공약, 94개 추진과제를 검토해서 군정에 반영할 것을 가려내고 그 방향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박태완 중구청장은 지난달 1일 81개 공약에 대한 이행 추진계획 보고회를 개최했다. 이날 나온 아이디어를 수렴한 다음 2차 보고회를 가진 뒤 이행평가단의 심의를 거쳐 10월 초에 공약을 새롭게 확정할 것이라고 한다.

공약의 실천과정 점검에 적극적인 단체장도 있다. 김진규 남구청장은 6개 분야 10개 과제 47개 세부사업으로 확정한 공약보고회를 27일 갖고 이 자리에서 공약이행평가단 24명을 위촉했다. 성·연령·지역별 비율과 특성을 고려해 구성했다는 공약이행평가단은 공약 실행 과정을 지켜보고 평가와 조언을 하게 된다. 공약을 반드시 실천하겠다는 의지만큼은 높이 평가할 만하지만 청장이 위촉한 이행평가단이 얼마나 냉정한 평가를 할 수 있을지는 지켜볼 일이다.

사실상 선출직들의 공약이행은 딜레마가 될 때가 많다. 공약이라는 이유로 실천해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밀어붙이기는 하지만 실현가능성이 낮아서 오히려 빨리 파기하는 것이 나은 경우도 있다는 말이다. 그동안 울산에서도 공약이라는 이유로 타당성 조사니, 해외시찰이니, 추진위원회 구성이니 해가며 예산과 행정력만 낭비한 경우가 심심찮게 발생해온 게 사실이다.

그 때문에 당선 후 공약검증이나 이행평가 등의 과정이 필요하다. 선거공약을 모두 실천할 수는 없는 일이다. 예산과 행정력 낭비를 줄이려면 다소 황당한 공약들을 걸러내는 장치가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얼마나 많은 공약이 걸러졌는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세세하게 유권자들에게 설명하고 사과하는 과정도 있어야 한다. 검증·평가가 오히려 득표에만 목표를 두고 내놓았던 공약(空約)들의 흔적을 지워주는 면책기회가 되거나, 검증·평가단에 책임을 전가하는 결과를 낳아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당선 후 새로 다듬은 공약으로만 공약이행률을 평가하게 되면 포퓰리즘으로 유권자를 현혹하는 후보자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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