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 위한 풍차건설엔 광대한 면적 필요
바다에 터빈 띄워 계류시키면 문제 해결
조선해양기술 메카 울산서 현실화 시킬것

▲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부유식해상풍력발전(浮遊式海上風力發電) 단지 건설이 울산의 현실이슈로 떠올랐다. 잘 알려진 대로 바다는 에너지와 자원의 보고(寶庫)이다. 에너지원(源)만 보더라도 석유나 메탄하이드레이드 등 해저자원 외에 바람, 파도, 해류에너지 등 무궁무진하다. 울산에서는 그중 바람에너지가 스타트를 끊는 것 같다. 원자로 1기의 발전량을 대략 1GW라 하고, 풍력에너지의 효율을 원자력과 같다고 가정하면 5㎿급 대형터빈 200개가 이에 상응한다. 1개의 풍력터빈이 차지하는 바닥면적을 400m×400m라고 보면 200개를 설치하려면 대략 32㎢가 필요하다. 이렇듯 풍차건설을 위해 필요한 광대한 면적을 육지나 해상교통이 복잡한 연안해역(沿岸海域)에서 찾는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게다가 풍력터빈 고유의 저주파 소음공해, 조금만 나가도 갑자기 깊어지는 동해바다의 특성, 바람의 질 등을 고려할 때, 풍력터빈을 바다에 띄워 계류하고 에너지를 얻는 방법은 긍정적인 측면이 있다.

그러면 이 과제는 과연 토목이 맡아야 하는 일인가? 아니면 조선해양이 맡아야 하는 일인가? 아무러면 어떠냐고 생각할지 몰라도 관계자들에게는 꽤 중요하고 흥미로운 사안이다. 알다시피, 도로, 다리, 터널 건설 등에 있어 세계 최고 수준의 토목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는, 배와 대형해양구조물을 만드는데 있어서도 세계 최고 수준의 조선해양기술을 보유하고 있으며 울산은 그 메카(Mecca)이다. 장구한 역사를 가진 토목은 다루는 분야가 실로 방대하다. 도로, 다리, 터널 건설 이외에도 지진, 지질, 교통, 수자원, 환경 등 인간의 육지생활에 필요한 각종 시설이나 시스템에 전(全) 방위적으로 관여한다. 따라서 토목은 결코 침몰하지 않는다. 육지에서의 일은 토목이 모두 독차지한다고 치면 바다에서의 일은 모두 조선해양이 담당하는가? 그렇지 않다. 바다 역시 상당부분 토목의 무대이다. 바다를 메워 간척지를 만든다든지, 항만을 건설한다든지, 해안선 보호를 위해 방파제를 건설한다든지, 바다위에 다리나 바다 밑에 해저터널을 건설한다든지 하는 것도 모두 토목의 관할이다.

그러면 과연 바다문제에 있어서 조선해양의 역할은 어찌되는가? 답은 이러하다. 바다에 고정되는 것은 토목이, 떠있는 것은 조선해양이 담당한다고 보면 된다. 바다 위에 떠서가는 배, 바다 속을 떠서 가는 잠수함, 바다위에 떠서 석유를 채굴하는 해양플랜트, 바다위에 떠있는 해상공장 등이 모두 조선해양의 관할사항이다. 방파제건설 같이 구조물을 고정시키는 일은 바다가 깊으면 곤란하니 토목의 관할구역은 아무래도 육지에 가까운 연안해역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지구 전체를 놓고 본다면, 28%의 육지면적에, 후(厚)하게 평가하여 연안해역의 면적을 2%로 생각한다면 이를 합해 지구표면의 30%가 토목의 관할이요, 깊은 바다인 지구표면의 나머지 70%는 대체로 조선해양의 무대라고 보면 타당하지 않을까. 순전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다.

그러므로 풍력에너지를 얻기 위해 해저(海底)에 터빈을 꼽으면 토목의 일이요, 해상(海上)에 터빈을 띄우면 조선해양의 일이 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뭐 그게 그거지 뭐가 다르냐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토목과 조선해양은 바다를 바라보는 시각(視角)이 사뭇 다르다. 같은 바다라도 토목은 수천㎞에 이르는 바다의 평면스케일에 비해 깊이는 기껏해야 10㎞ 정도로서 계란껍질 같은 2차원평판바다로 보는 반면, 조선해양은 바다의 표면과 밑바닥으로 둘러싸인 3차원입체바다로 인식한다. 토목은 조석간만, 해류, 지진파 등 거대스케일, 장주기(長周期)유동현상과 구조물의 정적(靜的)안전성에 대해 주된 관심을 갖지만, 조선해양은 풍파(風波) 등 단주기(短周期)유동현상과 이에 의한 구조물의 동적(動的)안정성에 더욱 큰 관심을 갖는다. 바다에 떠있는 풍차의 경우 어느 쪽이 더 중요할지를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경제성, 안전성을 포함하여 어려운 난관이 적잖이 놓여 있지만, 이 사업이 현실화되어 울산의 조선해양산업, 나아가 관광산업의 부상(浮上)에까지 연결될 수 있을지 매우 궁금하다. 윤범상 울산대 조선해양공학부 명예교수 실용음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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