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후기 변박 ‘송하고승도’
박은식 ‘한국독립…’등 구입
방문객 만족도 높이기 위해
울산박물관 중요 유물 구매

▲ 이정의 묵란도

조선중기화가 이정(李霆·1554~1626)은 ‘묵죽화’에 있어서 유덕장(柳德章)·신위(申緯)와 함께 조선시대 3대 화가로 꼽힌다. 그는 묵란·묵매에도 조예가 깊었는데, 울산박물관이 최근 그의 ‘묵란도’를 구입했다. 울산박물관의 이같은 명품유물 구입은 방문객의 전시 만족도를 높이고 전시 주제의 다양화를 꾀하기 위한 사업이다. 향후 시민들은 가까운 울산박물관에서 이같은 유물을 눈 앞에두고 관람할 수 있다.

이정은 임진왜란 때 적의 칼에 오른팔을 크게 다쳤으나 이를 극복한 뒤 더욱 힘있는 그림을 그린 화가로 알려져 있다. 그의 풍죽도는 대나무의 줄기와 잎이 바람에 나부끼는 모습을 정확하게 포착해 대나무의 탄성(彈性)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 같은 시대 최립과 허균은 그의 그림에 나타난 자연스러움과 사실성을 칭찬했고 이정구는 ‘소동파의 신기와 문동의 사실성을 모두 갖췄다’고 했다.

▲ 변박의 송하고승도

그의 화풍은 묵란화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울산박물관의 소장품이 된 ‘묵란도’는 이정의 작품 가운데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날카롭게 뻗어 내린 잎맥, 가시나무 등에서 이정 특유의 힘찬 필묵이 잘 드러나 있다. 난초 잎에 초록색 물감을 가미한 점이 돋보인다.

울산박물관이 이번에 구입한 유물은 이정의 그림 말고 또 있다.

조선후기 변박(생몰년 미상)의 작품 ‘송하고승도’는 아래에서 위로 뻗어 올라가는 소나무 밑으로 늙은 승려와 호랑이를 그린 작품이다. 화기(畵記)에 따르면 1765년 봄에 일본으로 보내는 수출용 그림 임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수준이나 크기 면에서 변박의 대표작으로 꼽힐 만하다.

또 작가미상의 ‘계해 금오계첩’과 ‘경신 금오계첩’은 조선후기 의금부도사들의 모임을 그린 것이다. 관료 문인의 계회(契會)를 기념하는 기록화로 제작됐다. 역시나 작가미상의 ‘국서누선도’는 일본 에도시대 당시 일본인 화가가 통신사 정사 일행이 타던 선박을 정교하게 그린 작품이다. 아쉽지만 양쪽이 잘려 완전하지는 않다.

 

마지막으로 박은식의 ‘한국독립운동지혈사’(사진)는 갑신정변(1884년)부터 3·1운동의 다음 해(1920년)까지의 일제침략과 독립운동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상·하편과 부록으로 구성된 이 책은 1920년 초판본으로, 보존 상태는 양호하다.

울산박물관은 한해 약 5억원 내외의 예산을 유물구입비로 사용한다. 유물을 구입하는 방식은 크게 공개구입과 경매구입 2가지로 나뉜다. 27일 울산박물관이 구입했다고 발표한 6점의 유물은 모두 지난 6~9월 경매를 통해 구입한 것이다. 경매대행회사인 서울옥션과 케이옥션에 참여해 소장가치가 있을만한 유물을 사는 것이다. 경매는 대행사의 일정에 따라 보통 2·3·6·10·11월 이뤄진다.

반대로 공개구입은 울산과 특별한 연관이 있는 문화재나 유물을 구입할때 쓰는 방식이다. 울산박물관이 지난 5월 구매한 김홍도의 까치 그림과 일제강점기 방어진 일원 금융기관 연관자료들이 해당된다. 방어진 자료는 오는 10월2일 개막하는 울산박물관 2018 3차특별전 ‘방어진-파도와 바람이 들려주는 삶의노래’에서 일부 소개된다.

류정근 울산박물관 주무관은 “앞으로도 유물을 지속적으로 확보 해 전시주제 다양성을 재고하고, 시민 만족도를 높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홍영진기자 thinpizza@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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