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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남용의 지구촌 삶의 포즈]삶은 여행이고 길은 끝나지 않았다7. 끝나지 않은 길, On the Road-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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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0.10  21: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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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로 세계 횡단 최종 목표로
지난해부터 호주 일주 시작
이달초 시드니~퍼스 6000㎞ 달려

드넓은 땅 호주, 운전하기에 제격
내비게이션 ‘900㎞ 직진’ 안내도

끊임없이 반복되는 길 위에서
나는 한낱 먼지같은 존재임 깨닳아
달리며 만나는 세상, 겸손 가르쳐


10월 초 호주를 또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지난해부터 기획해 온 장기 프로젝트다. 여행자라면 누구나 꿈꾸는, 세계 대륙을 자동차로 횡단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호주 일주는 그 중 첫 번째 시도다. 지난해 이미 케언즈에서 시드니까지 A1도로를 따라 동부해안 3200여 ㎞를 8일 동안 달렸었다. 이번엔 보름 간 시드니에서 출발해 동부해안을 따라 내려오다 남부와 서부해안 퍼스까지 6000㎞를 달렸다. 내년에는 좀더 힘든 코스인 퍼스(서부)에서 케언즈(북부)까지 다시 8000㎞를 달려야 할 것 같다.

 
 
 


자동차 여행의 매력은 자유롭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갈 수 있는 길만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 시간 분배 역시 자유롭다. 드넓은 호주를 여행하기에 제일 좋은 방법이다. 다만 자동차의 운전석이 영국, 일본처럼 우리나라와는 반대쪽이다. 초보자는 어색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호주의 교통문화는 꽤 안전하고 질서정연하다. 번화가를 제외하면 한적하기까지 하다. 하이웨이라고 하지만 운전에 대한 스트레스가 적다. 온전히 여행에 매진하기에 그만이다. 어떤 날은 내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찍었더니 ‘900㎞ 직진’이라는 안내가 나올 정도였다.

   
 


퀸즈랜드주 케언즈에서 출발해 열대우림을 지나면 곧 광활한 대지가 펼쳐진다. 해안도로를 달려 카드웰과 보웬을 지나며 그레이트 베리어 리프 바다를 마주한다. 브리즈번을 향해 가는 길에도 초원과 숲이 끝없이 이어진다. 이 나라가 가진 풍요로운 자연환경에 대한 경외감을 갖게 된다. 자동차는 뉴캐슬을 지나 시드니로 향한다. 세계 3대 미항중 하나인 시드니는 문화와 교육, 경제의 중심이다. 오페라 하우스와 하버브리지는 시드니를 방문하는 사람들이 무조건 거쳐야 하는 랜드마크이다. 여행을 하면서 랜드마크를 거친다는 것은 관광의 의미 이상으로 그 곳의 역사와 문화의 상징성을 보고 가는 것이다. 그 곳의 일상을 바라보고 역사를 이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그들의 삶을 투영할 수 있다. ‘싱글라이더’라는 영화가 이 곳을 배경으로 촬영됐다. 오페라하우스, 하버브리지, 본다이비치 등 호주로 오기 전 그 영화를 보았고 현지에서 영화 속 촬영지를 찾아가는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올해 다시 시작된 여행은 시드니부터다. 지난해와 달라진 점은 늘 그렇듯 사진작가들 대신 열두 살 아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다. 아들과 함께한다는 것 자체가 소중한 의미로 다가왔다.

   
 ▲ 호주 해안도로를 따라 자동차 일주여행을 시작했다. 호주 케언즈에서 시드니까지 뻗어가는 A1하이웨이, 지명이 생각나지않는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의 도로들, 브리즈번 남동쪽 골드코스트를 달리고 또 달렸다.


시드니에서 60㎞ 정도 떨어진 블루마운틴은 진한 푸른색을 띄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신비로운 푸른빛은 유칼립투스나무에서 나오는 유액 증기로 인해서 생기는 빛이라고 한다. 세자매봉을 보고 가벼운 산책을 마치고 캔버라로 향한다. 호주의 수도 캔버라는 전형적인 계획도시다. 지명은 원주민어로 ‘화합의 장소’라는 뜻이다. 시드니와 멜버른 간의 수도 논쟁 중 1908년 이곳으로 수도를 정해졌고 1927년 이곳으로 수도를 옮겼다. 호주국립박물관에 들렀다. 운이 좋았는지 사진가로서 꼭 보고 싶은 전시를 볼 수 있었다. 여행을 통틀어 가장 좋았던 순간이다. 존경하는 작가의 오리지널 작품을 책이 아니라 직접 눈앞에서 마주한다는 것. 계획하지 않았던 일정이어서 더 감동이었다.

   
▲ 골드코스트 비치의 서퍼들.


멜버른에서는 유럽풍의 거리를 거닐며 여느 관광객들처럼 하루를 보냈다. 호시어 레인 거리에서 몇 년전 유행했던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의 한 장면처럼 기념사진도 남겼다.

이후 서부로, 끝없는 도로를 달렸다. 가장 먼저 만난 곳은 그레이트 오션로드. 포트 캠벨 국립공원에서 십이사도봉(Twelve Apostles)을 보고 늦은 밤길을 재촉해 아들레이드로 향한다. 시야가 머무는 동서남북 안에는 우리들 뿐이었다. 잠시 차를 멈추고 하늘을 바라봤다. 남반구에서만 볼 수 있는 수많은 별들. 고단한 여정의 우리를 위로하는 듯 했다.

   
▲ 캔버라에서의 전시회.


아들레이드는 호주 남부의 주요도시로 호주 횡단철도의 시작점이자 문화와 예술의 도시이기도 하다. 더불어 자유이민이 가능하도록 건설되었는데, 이민자들이 종교의 박해에서 벗어나 시민으로서의 자유를 보장받았기에 타도시와는 다르게 활기찬 기운이 있다. 사진가인 나에게 한 번 더 좋은 전시를 만나게 해 주었다.

   
▲ 그레이트 오션 로드.


이번 여행의 종착지인 퍼스까지는 아직도 4000㎞가 넘게 남았다. 하지만 시간이 촉박해 마음이 급해졌다. 하루에 600~700㎞의 긴 여정을 달려야 했다. 포트링컨에서 하루를 쉰 뒤 남부의 해안선을 따라 또다시 끝 없는 길을 달리고 또 달렸다.

눈 앞에는 우리가 달리는 도로와 지평선 뿐. 웨스턴 오스트레일리아를 넘어가면서 호주가 얼마나 넓은 곳인지 새삼 깨달았다. 300~400㎞는 달려야 마을을 만났다. 주유소와 식당이 반가울 지경이다. 가득 주유한 차는 600㎞정도를 달리지만 어떤 날은 하루에 두 번을 주유하고도 불안해서 주유소만 나오면 기름을 가득 채워야 했다.

   
▲ 퍼스 웨이브락.

웨이브락을 거쳐 드디어 퍼스로 가는 길에 접어들었다. 시드니를 출발해 장장 6000㎞를 달려 퍼스에 도착한 것이다. 퍼스에 도착하기까지, 한국행 비행기 시간에 맞출 수 있을지 가는 내내 마음을 졸여야 했다.

   
▲ 캐버샴 와일드파크에서 아들과 캥거루.


지난해와 올해 2번의 호주여행에서 1만㎞를 달렸다. 자동차 여행은 내게 늘 새로운 것을 알려준다. 스스로 가고 싶은 곳, 여정, 동선, 멈추고 싶은 곳, 머물고 싶은 곳- 모든 것은 내가 자유롭게 즐기며 선택한다. 덕분에 작년부터 독일, 아이슬란드를 자동차로 직접 여행했고, 이제는 여행 시작 전에 렌트카부터 알아보는 습관이 생기게 되었다.

   
▲ 안남용 사진가·다큐멘터리작가


제대로 쉴 수도 없고, 힘들기만 한 여행이 대체 무슨 의미냐고 질문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떠나는 것 자체로, 그 길 위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내게는 값지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길 위에서 나는 한낱 먼지같은 작은 존재였다. 자동차로 달리며 마주하는 세상은 사람을 늘 겸손하게 만든다. 나에게 삶은 여행이고 아직 길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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