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캐피탈 라이트 문성민. [연합뉴스 자료사진]

문성민(32·현대캐피탈)은 2018-2019 V리그 개막전이 열리는 내내, 웜업존을 지켰다.

잠시 코트 안에 발을 내민 때도 있었다. 경기 중이 아닌, 대한항공 신영수(36)의 은퇴식 때였다.

현대캐피탈 주장인 문성민은 13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8-2019 도드람 V리그 남자부 대한항공과의 개막전 2세트 종료 후 열린 신영수의 은퇴식 때 꽃다발을 전달했다.

그 외의 시간은 모두 웜업존에 있었다.

문성민만큼이나 현대캐피탈 팬들에게도 충격적인 장면이다.

문성민은 2016-2017, 2017-2018시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다. 그동안 현대캐피탈은 수비 능력이 있는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며 문성민을 공격에 전념하는 라이트로 기용했다.

문성민의 공격력은 줄지 않았다. 하지만 팀 상황이 달라졌다.

13일 경기 전 최태웅 현대캐피탈 감독은 "문성민이 일단 라이트로 돌아간다. 외국인 라이트 크리스티안 파다르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소방수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라이트 자원 크리스티안 파다르를 뽑았다. 여기에 공격력을 갖춘 레프트 전광인을 FA(자유계약선수) 선수로 영입했다.

애초 최 감독은 문성민과 전광인을 레프트로 활용해 막강 삼각 편대를 구성하려 했다. 문성민은 비시즌에 서브 리시브 등 수비 훈련에도 힘썼다.

외부에서는 "현대캐피탈이 막강 공격력을 갖췄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최태웅 감독은 '수비력'을 먼저 살폈다.

그는 "우리 팀에 좋은 공격수가 많아지니 공격수의 개성을 살리는 데 주력하게 되더라. 우리 현대캐피탈의 색을 잃고 있었다"며 "현대캐피탈의 배구를 유지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최 감독은 '소방수'라고 표현했지만, 냉정하게 수비력이 약한 문성민을 '백업 라이트'로 쓰기로 마음먹었다.

문성민을 '백업'으로 정한 뒤 치른 첫 경기, 현대캐피탈은 대한항공을 세트 스코어 3-0(25-21 25-23 25-20)으로 눌렀다.

파다르와 전광인이 이끄는 화력은 대단했다. 전광인과 박주형 등이 지키는 리시브 라인도 준수했다.

경기 뒤 최태웅 감독은 "전반적으로 경기력이 좋았다. 이 시스템으로 남은 시즌을 치를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시즌을 치르는 동안 문성민이 소방수 역할을 할 날이 꼭 올 것"이라고 문성민을 다독였다. 하지만 여전히 웜업존에 있는 문성민의 모습은 낯설다.

[경상일보 =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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