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규 남구청장이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울산지검은 지난 13일 김청장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울산시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에 따른 것이다. 김청장은 임기 4개월차에 접어들었다. 어수선하던 청장 교체기를 거쳐 행정 안정을 되찾고 새로운 4년을 향한 힘찬 발걸음을 시작해야 할 시점이다. 김청장도 최근 6개 분야 10개 과제 47개 세부사업으로 확정한 공약보고회를 갖고 추진계획을 밝혔다. 그런데 출발선에서 급제동이 걸렸다.

선관위가 밝힌 혐의는 모두 5건에 이른다. 변호사사무실 직원으로 고용한 뒤 선거사무를 총괄하게 하고 5차례에 걸쳐 900여만원을 제공하는 등 변호사사무실과 선거사무실 인력을 구분없이 사용하고 대가를 지급한 것이 대표적 혐의로 꼽힌다. 우리는 선거의 형평과 기회균등, 선거비용 경감, 공명선거 등의 실현을 위해 국가가 선거를 관리하고 선거비용을 부담하는 선거공영제를 도입하고 있다. 선관위의 고발내용이 사실이라면 높은 조세부담률을 감수하면서도 선거공영제를 유지하는 우리 사회의 선의를 정면으로 왜곡한 것이다. 김청장은 선거운동 대가가 아니라 채권·채무 관계에서 비롯된 금전거래라고 주장하고 있다는데 결과는 두고볼 일이다. 김청장은 당선 전에 이미 선거법 위반혐의가 드러나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져 있는 상태다. 중퇴한 대학원의 수학기간을 명시하지 않은채 선거공보와 벽보, 명함 등에 게재한 혐의다.

김청장이 선거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오랫동안 정치를 해온 것도 아니다. 운좋게 지방선거에 불어닥친 더불어민주당의 바람을 타고 첫 출전에서 구청장이 됐다. 우리 사회에서 ‘처음’이라는 단어는 순수 또는 정직과 동의어로 인식돼 있다. 많은 사람들이 ‘처음처럼’이라는 단어를 좌우명으로 삼거나 가훈이나 사훈으로 내거는 것도 그 때문이다. 순수해야 할 김 청장의 처음이 바로 불법으로 얼룩져 있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참으로 유감이다. 더구나 그는 법을 잘 아는 변호사다. 높은 도덕성을 기대하며 정권교체를 이뤄냈던 유권자로서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보다 더 큰 문제는 남구청의 혼란이다. 남구청 출범 후 처음으로 들어선 진보정권이라 적잖은 혼란을 겪고 이제 겨우 안정기에 접어들려는 참이다. 그런데 청장에 대한 검찰 수사는 구청을 다시 불안기로 되돌려 놓고 있다. 청장의 미래가 불투명한데 새로운 공약을 실천할 동력이 생길리 만무하다. 자칫 공소시효(6개월)까지 끌다보면 임기 1년이 지나가 버린다. 수사를 최대한 신속하게 마무리해야 할 이유다. 엄중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