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외상은 치료하며 이송하는 시간싸움
헬기장 인프라 없는 울산 도로이송 대안
기상 제약 없이 전문적인 치료제공 가능

▲ 경규혁 울산권역외상센터장 울산대학교병원 교수

중증외상을 포함한 치료라는 행위는 의학적인 영역으로만 생각되어 왔다. 의학이라는 학문이 지역화라는 단어와 연관되는 것은 왠지 자연스럽지 않게 느껴진다. 그러나 의학이 의료라는 형태로 실제 적용 되어질 때에는 사회적 성격을 가지게 된다. 특히 중증외상의 치료는 그러한 성격이 더욱 강하게 드러나게 된다. 그 이유는 암과 같은 질병과 달리 중증외상에는 시간이라는 요소가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시간이라는 요소는 두 가지 방향에서 생각할 수 있다. 다발성 중증외상에 대한 포괄적 치료를 할 수 있는 권역외상센터로 신속하게 이송하는 것과 전문의료진의 치료를 보다 빨리 시작하는 것이다. 그러나 권역외상센터로의 직접 이송은 거리상의 문제로 항상 적용할 수 없으며 도착도 하지 않은 환자를 진료할 수는 없다. 이 난제를 해결하는 것이 더 많은 중증외상 환자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며 그 방법은 권역외상센터 의료진이 병원 밖으로 출동하는 것이다.

전문의와 간호사가 사고현장에서 소방과 협력하고 지역병원에서 권역외상센터로 환자를 직접 이송해 오는 것은 단순한 이송을 치료의 영역으로 확장하는 과정이다. 즉각적으로 생명을 위협하는 치명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 이송 중에도 수액과 약물 치료를 수행하며 혈압과 산소 수치를 유지하여 이차적인 손상을 예방한다. 더 나아가 전문의의 판단으로 응급실과 수술실에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들을 병원 도착 전에 미리 준비시키게 되어 도착 후에도 치료과정을 지연없이 진행할 수 있게 한다. 결국 이 과정은 중증외상 환자의 생존율 향상으로 이어지게 된다.

중증외상 치료의 지역화 논의에서 울산의 특성이 반드시 고려되어야 한다. 울산은 대한민국 최대의 산업 지역이라는 것과 산재사고, 교통사고의 사망률이 다른 대도시에 비해 높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산업체와 주거지가 밀집되어 있다는 것도 울산이 가지는 특징이다. 이송 체계의 개선은 국가 보건의료 정책에서도 관심 사안이 되어 닥터 헬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높은 헬기 가격과 유지 비용으로 산간과 도서 지역 위주로 배치가 되고 있다. 울산에 도입되는 것은 지난한 일이 될 것이다. 더구나 울산은 헬기장 인프라도 거의 없다. 대안을 찾아야 한다.

전문의료진 중심의 도로 이송이 그 대안이 될 수 있다. 울산 전역은 권역외상센터에서 구급차로 30분 이내에 도달이 가능하다. 도로 이송은 헬기 이송과 달리 시간과 기상의 제약을 받지 않고 현장에서 병원으로, 병원에서 병원으로 바로 이송이 가능하다. 제3의 장소가 아닌 현장이나 이전 병원에서 환자를 바로 인계 받아 치료의 공백없이, 정보의 공백 없이 전문적인 치료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은 가장 큰 장점이 된다.

울산권역외상센터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2016년부터 ‘닥터-카’를 운영해 왔고 성과가 알려지면서 다른 지역의 권역외상센터에서도 도입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최초의 외상 전문 ‘닥터-카’ 는 전국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받은 상금으로 유지하고 있으며 구급차는 출동마다 민간이송 업체 차량을 부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3년째 ‘닥터-카’ 를 운영할 수 있었던 것은 3년 연속 최우수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이 혁신적인 시스템이 지속 가능할 수 있을까? 전국 17개 권역외상센터의 지정이 완료되었고 속속 개소를 하고 있다. 중증외상 치료의 다음 단계는 이송체계의 개선이 될 것이다. 그 시스템은 헬기를 이용한 원거리 이송과 의료진 중심의 근거리 구급차 이송으로 짜여질 것이다. 응급의료 체계 발전의 큰 흐름에서 울산은 먼저 출발했으나 선두를 지키는 것은 일개 병원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그래도 환자에게 도움이 될 거라며 구급차를 타고 나가 처치를 하며 데려온 환자를 자신이 수술하고 지친 얼굴로 중환자실을 지키고 있는 동료들에게 센터장으로서 고개가 숙여진다.

경규혁 울산권역외상센터장 울산대학교병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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