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500조원에 달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오는 31일부터 은행권을 시작으로 총체적상환능력비율(DSR·Debt Service Ratio)규제를 강화, 은행권 대출창구 문턱이 한층 높아질 전망이다. 소득·부채를 포괄적이고 엄격하게 따져 돈을 빌려주라는 공급 억제책인 DSR 강화는 소득이 많지 않은 저소득층, 청년층, 은퇴생활자들에게 상당한 타격을 입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급기야는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서민들이 2금융권의 고금리대출에 손을 대면서 연체율만 높아지는 악순환이 나타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시중자금은 넘치고 있지만 당국의 감독 속 은행들이 저소득층을 외면하고 고소득층만 찾으면서 금융취약계층만 대거 신용불량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DSR의 ‘투트랙’ 강화 방침을 밝히면서 가계대출 위축이 불가피해졌다. 연소득 대비 전체 원리금이 70%와 90%를 넘는 ‘고(高)DSR’ 대출의 비중을 줄여야 하는데다 평균 DSR도 지금보다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시중은행을 기준으로 6월 말 19.6%이던 고DSR(70% 초과) 대출 비중이 앞으로는 15%를 넘어선 안된다. 단순하게 계산하면 잠재적 고DSR 대출자의 4명 중 1명은 대출을 거절당할 수밖에 없다. 즉 은행 입장에선 결국 소득증빙이 잘 안돼 고DSR로 분류된 자영업자 대출부터 우선 줄여나갈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DSR 규제가 은행권은 이달 말 도입되는 반면 제2금융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순차로 확대된다는 점에서 규제의 시차를 노리는 경우도 가능하다는 지적이 있다. 높아진 은행 문턱을 넘지 못한 대출자들이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에 손을 벌리는 ‘풍선효과’ 발생도 우려되고 있다. 정부가 늘어나는 가계부채를 관리하기 위해 은행,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에 대출 규제를 실시할때마다 저소득층에 대한 유동성 공급은 축소돼 왔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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