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힘이 없을땐 평화 지킬수 없어
민군복합항 건설로 갈등 겪었지만
관함식 계기로 제주에 다시 평화를

▲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10월11일에 실시한 ‘201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에 다녀왔다. 14세기 영국에서 시작된 관함식은 국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바다에서 전투태세를 점검하는 해상 사열식이다. 우리나라에서는 1998년부터 10년마다 개최하고 있다. ‘제주의 바다, 세계 평화를 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이번 국제관함식은 민군복합항인 제주해군기지에서 처음으로 열렸다. 국내외 함정 39척과 24대의 항공기 그리고 46개국 대표단이 참가했다. 해군 군무원이었던 부친을 따라 진해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내 해군 군복과 의장대, 군함에는 남달리 친숙한 필자로서도 관함식은 처음 보았다. 괄목상대(刮目相對)하게 성장한 우리 해군의 위풍당당함을 엿볼 수 있었다.

세계 8위권의 강군으로 자리 잡은 우리 해군. 그러나 군인가족들의 삯바느질과 장병들의 성금으로 미국의 퇴역군함을 구매해 6·25를 맞았던 눈물겨운 시절도 있었다. 중심에는 해군을 창설한 손원일 제독과 부인 홍은혜 여사가 있었다. 해군가 ‘바다로 가자’를 직접 작곡 작사한 홍은혜 여사는 필자가 해군 교회에서 만날 때면 항상 해군장병들이 최고의 미남이라고 자랑하시곤 했다. 이분들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과 애국심이 오늘 날 해군의 초석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제주민군복합항은 함정 20여 척과 15만t급 대형 크루즈선 2척을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해상의 전략적 요충지이자 해군력 운용의 허브이다. 주변 국가와 해양 분쟁이 발생하게 되면 최전방 요새로 우리나라의 권익과 자원을 지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수출입 물량의 99.7%를 해상 수송에 의존하고 있는 경제활동도 당연히 보호한다. 한국경제연구학회의 연구에 따르면 지역경제에도 총 2조원 이상의 가치가 있다고 추정한다.

제주민군복합항 건설사업은 필자가 국방부 과장 시절 담당업무 중 하나였다. 추진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공사 현장에도 몇 번이나 방문했었다. 당시에는 지금과 같은 모습이 감히 상상되지 않았다. 그 정도로 강한 반대가 있었다. 결국 갈등이 증폭돼 국회에서 제주민군복합항 특별위원회가 한달 이상 운영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2015년 말에 완공하였다. 관함식 당일에도 현장에서는 일부 반대 시위가 있었다. 여전히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다. 제주도를 ‘평화의 섬’으로 만들고자 하는 이들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결정했던 노무현 대통령도 “평화의 섬에 왜 군사기지가 있느냐고 하는 분들이 있는데 비무장 평화는 미래의 이상(理想)이고, 무장없이 평화를 지킬 수 없다”라고 강조했었다. 제주도는 고려시대에 100여 년 동안 몽고의 통치를 직접 받았던 적도 있다. 일제 강점기에 일본이 만든 알뜨르 비행장 격납고의 흔적이 아직도 남아있다. 나라가 힘이 없을 때는 평화를 지킬 수도 없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이날 “평화와 번영이라는 목적지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 강한 국방력이다”라고 천명하였다.

이번 관함식을 계기로 제주도에도 평화가 다시 찾아오길 희망한다. 건설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갈등을 극복하고 민군이 진정으로 상생·발전하는 첫걸음이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지금도 전국 곳곳에 민군 갈등 현장이 많다. 제주민군복합항의 사례를 교훈 삼아 국민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가는 안보, 지역주민에게 도움이 되는 안보현장이 되도록 우리 모두 노력해야 한다. 세계적으로 성공한 미국 하와이, 호주 시드니의 민군복합항들 처럼 제주민군복합항도 대한민국을 나아가 세계 화합의 장소, 평화의 출발지로 거듭나기를 기대해본다.

곽해용 국회 비상계획관(이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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