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원룸 화재로 10명 사상

필로티·가연성소재 피해 키워

스프링클러 의무 대상서도 빠져

▲ 김해 원룸 화재[경남소방본부 제공]
필로티 구조에 드라이비트 공법으로 건축된 건물에 불이 나 10명의 사상자를 낸 안타까운 사고가 또 발생했다.

21일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20일 저녁 김해시 서상동 한 4층 원룸 건물에서 난 불로 2층 한 방에 있던 우즈베키스탄 국적의 4·12·13·14살 아이들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이 가운데 4살, 14살 아이는 숨지고 나머지는 상태가 위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 외에 원룸 입주민 6명도 연기 흡입 등 경상으로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다.

이 건물 1층은 필로티 구조 주차장이다. 2~4층에는 모두 15가구가 거주한다.

이번 화재는 발생 20여분 만에 꺼졌지만 비교적 짧은 시간 급속하게 번지며 큰 피해를 냈다.

그 원인으로는 필로티 구조와 드라이비트 공법 등이 꼽힌다.

두 요인은 2015년 경기도 의정부 대봉그린아파트 화재(130명 사상)와 2017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69명 사상)에서도 피해를 키운 공통 요인으로 지목된 바 있다.

필로티 건축물은 불이 나면 확 트인 사방에서 공기가 대량 유입돼 불이 쉽게 번지는 위험을 안고 있다.

또 건물 외벽에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를 붙이고 석고나 시멘트를 덧붙이는 마감 방식인 드라이비트는 가격이 저렴하고 시공이 간단하지만, 화재 시 불길이 빠르게 번지고 유독가스를 내뿜어 인명피해 우려가 크다는 지적을 받는다.

실제 당시 주차장 외부를 비추던 CCTV를 보면 행인이 화재를 최초 인식한 것으로 보이는 순간부터 화면상 연기가 보이기 시작한 순간까지는 30초가량이 걸린다.

이후 새카만 연기가 화면에 보이는 건물을 가득 메우기까지는 10여초 밖에 걸리지 않는다.

해당 건물은 연면적 상 현행법이 정하는 스프링클러 설치 의무 대상이 아닌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가구별로는 단독 경비형 감지기가 설치돼 있었지만, 이는 가구 안에서 불이 났을 경우 해당 가구에만 벨을 울려줄 뿐이고, 주차장에 불이 났을 때 전체 건물에 이를 알려주는 경보시설은 없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경찰은 이날 오전 10시30분께부터 화재 현장에서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방당국과 합동감식을 벌이는 등 본격 원인 규명에 나섰다.

김갑성기자gskim@ksilbo.co.kr·일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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