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 보안성과 투명성 제고
직거래 통해 빠른 속도 장점
한번 기록후 삭제 불가 단점

▲ 김의창 동국대학교 경상대학 정보경영학과 교수

전통적인 은행이라면 고객과 거래한 내역을 장부나 파일에 기록하고 보관한다. 은행들은 장부가 도난당하면 안되기 때문에 안전한 곳에 보관하고, 보안을 철저히 하고 있다. 그런데도 도둑이 나타나 보안을 무력화시키고 장부를 빼내가거나 불손한 해커가 거래 장부를 훼손시키면 치명적이다.

블록체인이란 장부를 하나가 아닌 여러 권을 만들어 참여자에게 모두 나누어주는 것이다. 은행에 새로운 사람이 와서 돈을 맡겼다면 은행은 즉시 지금까지 거래한 100명에게 101번째의 거래가 포함된 장부를 나누어 준다. 또 새로운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맨 뒷장에 새로운 거래증서를 붙여 놓는다. 이 장부들을 모두가 볼 수 있게 공개한 형태가 바로 블록체인이다. 이렇게 진행하면 일부 장부가 도난당했다 하더라도 나머지 사람들이 장부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완벽하게 보안이 이루어진다.

은행없는 글로벌 금융 시스템이 바로 비트코인이다. 블록체인은 가상화폐 비트코인을 이야기할 때 가장 많이 언급된다. 가상화폐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타난 지 10년이 채 되지 않았는데 시가총액이 세계 100대 화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성장했다. 이 비트코인이 세상에 나올 수 있던 이유도 블록체인 덕분이다.

블록체인 세상에선 또 다른 의미의 국경이 사라진다. 얼굴도 알지 못하는 A국가의 사람들과 B국가의 사람들이 서로 신뢰할 수 있도록 묶어주는 역할을 블록체인이 해주고 있다.

블록체인은 중개자를 없애고 공급자와 소비자를 직접 연결시켜주는 기술이다. 수수료를 과도하게 떼어가는 은행, 환전할 때 높은 수수료, 품질이 떨어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기관, 우리가 낸 세금을 낭비하는 정부를 대체하고 직거래를 가능하게 해주고 있다.

에스토니아 정부 관계자는 결혼, 이혼, 주택매매 세 가지만 빼고 나머지 행정업무는 모두 온라인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결혼, 이혼, 주택매매는 쉽게 결정하지 말고 한 번 더 숙고하라는 의미란다. 사실상 모든 행정업무를 온라인상에서 처리할 수 있다. 에스토니아 국민이 공공기관을 방문하는데 드는 비용이 국내총생산의 2%라고 하는데 전자정부를 통해 매년 이 비용을 절감하고 있다고 한다. 2018년도 우리나라 예산이 429조인데 전자정부만 실행해도 매년 5조60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

블록체인을 실현하기 위한 기술로 데이터 분산저장기술, 안전한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암호화기술 그리고 분산된 정보의 안정적인 운영을 위한 P2P 통신기술 등이 필요하다. 비즈니스 관점에서 블록체인은 생산자, 사물, 물질 등 노드 중심의 전통적인 비즈니스와 달리 노드 간 연결의 가치를 통한 네트워크 비즈니스를 실현할 수 있다. 우버, 에어비앤비 등 공유경제를 지향하는 기업들이나 개인들이 큰 혜택을 얻을 것이다.

블록체인 기술은 전통적인 금융업무인 해외송금, 주식 및 자산거래, 신뢰성을 담보로 한 개인 간 금융거래 등의 업무를 스마트계약을 통해 자동화·단순화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크라우드 펀딩, 소액보험 등 새로운 금융상품 개발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도 큰 역할을 할 것이다. 그리고 블록체인 기술은 금융뿐 아니라 유통, 공공, 의료, 제조 산업 등 우리생활 전 분야에서 활용될 것이다.

블록체인으로 구성된 정보는 과거부터 모든 기록이 보관되기에 위조할 수 없다는 높은 보안성과 투명성, 안전성을 가지고 있다. 또 중앙관리가 필요없어 속도가 빠르다는 장점도 있다.

블록체인은 보안성 강화가 장점이지만 문제점도 발생하는데 바로 프라이버시 침해다. 한 번 기록되면 그 특성상 영원히 삭제할 수 없다. 투명성을 높이려는 시도가 오히려 인간을 24시간 감시 당하게 하는 체제 속으로 밀어 넣을 수 있다. 한 번이라도 실수하면 영원히 낙인찍혀 죽을 때까지 우리를 따라다닌다고 생각하니 아찔해진다.

김의창 동국대학교 경상대학 정보경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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