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출발한지 4개월째를 맞는 지방의회에서 전에 없던 잡음이 새나오고 있다. 참신한 변신을 기대했던 민심에 찬물을 끼얹는 행태들이다. 민선 7기 지방의회는 초선의원들이 대거 진입했다. 섣부르게 기성 정치의 나쁜 행태를 ‘정치력’이라고 오해하고 따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동구의회의 한 의원은 가정폭력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구민들이 사퇴촉구에 나섰다. 의회는 윤리위원회를 개최했으나 제식구감싸기로 제명안을 부결했다. 아무리 잘못을 뉘우치고 있다지만 흉기를 들고 부부싸움을 하는 구의원이 의정을 올바르게 해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떨치기 어렵다.

울산시의회 한 의원은 업무협의차 찾아온 공무원에게 서류를 집어던지고 책상을 치며 고성을 질렀다고 한다. 해당 의원은 서류를 집어던진 적이 없다고 부인하고 있으나 공무원 노조가 항의에 나서는 등 사태가 확산되고 있다. 의원들의 갑질논란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이번 의회가 유독 심하다는 공무원들의 하소연도 들린다. 융통성이 부족한 초선이 많은 탓이기도 하지만 서류를 집어던지는 등의 ‘갑질’은 어떤 의정활동에서도 있어서는 안되는 무례(無禮)일 뿐이다. 의회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라도 얼렁뚱땅 넘어가서는 안될 것이다.

또 남구의 한 주민과 고위직 공무원 등은 SNS상에서 의원이 주민센터 회의를 몇차례나 했음에도 얼굴도 비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구의원들이 지역구 일에 무관심하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대변하는 말이다. 구의원은 생활정치인이다. 지역구 주민들과의 소통 없이 의정활동을 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심지어 지역구에 살지 않거나 주소조차 다른 곳에 두는 구의원도 있다니 놀랍다. 남구의회만 해도 상당수가 주소지가 아닌 곳에 출마를 해서 당선됐고 아직까지도 이사는커녕 주소조차 옮기지 않은 의원도 있다고 한다. 물론 주소지가 아닌 지역구의 출마가 위법은 아니다. 해당 구에만 거주하면 된다. 하지만 적어도 생활정치를 하겠다는 구의원이라면 당선된 뒤라도 이사를 하는 것이 도리다. 학군이나 부동산 투기 목적으로 위장전입한 기성정치인들과 하나도 다를 게 없는 또다른 구태인 ‘지역구 위장전입’을 그냥 보아넘겨서는 안될 것이다.

게다가 지역구 주민자치위원회에는 들어가고 싶어서 구의원을 주민자치위원회 당연직 고문으로 위촉하도록 조례 개정을 추진한다니 그야말로 가관이다. 현행 조례는 주소지가 아닌 곳의 주민자치위원이 될 수 없도록 돼 있다. 주민의 자격을 얻기 위한 정당한 노력은 하지 않고 조례를 바꾸어 자신의 입지만 세우겠다는 의원에게 주민의 권익을 대변해달라고 할 수 있을지 여간 걱정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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