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성 일자리 위주 정책 벗어나
기업 투자의욕 고취·창업 활성화
고용창출 위한 기반 튼튼히 해야

▲ 이기원 전 울산경제진흥원장

“기업을 돕는 정책은 부자를 위한 것이 아닌 국가를 위한 것이다. 부를 창출하지 않으면서 이를 재분배하자고 하는 것은 가당치도 않은 일이며, 기업을 지키지 않으면서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큰 오산이다.” 과연 누구의 말일까? 한국 같으면 어느 경제단체 대표의 말처럼 들리는 이 말은 ‘국가혁신의 아이콘’으로 등장한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의 말이다. 바로 자본주위의 메커니즘을 꿰뚫어 보는 리더십에서 나온 말이며, 그가 시행하고 있는 친시장적 경제정책의 방향성은 일자리가 최대의 화두가 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할 것이다.

통계청은 9월 취업자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만7000명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 고용상황은 정말 호전되고 있는 것일까? 정부는 상반기에 5조원 가까운 일자리 추경과 7월 정부기금과 공공기관을 동원한 4조원대를 추가 투입했는데, 두 가지의 문제점이 있다고 본다. 우선 주로 단기성 일자리라는 것이다. 특히 청년들의 경우 우선 임금이 지급되니까 안정적인 일자리를 찾는데 소극적이 되기 쉽다. 또 하나는 대부분이 공공부문이나 서비스 업종이고 제조업 분야는 오히려 줄어 지속 가능한 고용이 어렵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논이 마를 때 소방차를 동원해서 물을 퍼 나르는 것과 같은 것이며, 보다 근본적인 처방인 관개사업이 필요한 것과 마찬가지인 것이다.

그러면 과연 대책은 뭘까? 경제분야에 경험이 있다면 알 수 있는, 바로 기업의 투자의욕을 높여 투자를 유도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다. 그럼 투자의욕을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먼저, 기업에 대한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기업은 개인·정부와 함께 3대 국민경제 주체의 하나로서, 물론 영리를 추구하는 조직이긴 하지만 고용을 창출하고 세금 납부 등의 역할을 함으로써 국민경제에 크게 기여하는 것이다. 물론 불공정 거래나 탈·불법 행위와 잘못된 관행 등 문제점은 바로 잡아야 한다. 그러나 기업 자체를 노동자를 착취하는 주체로 인식하는 등 ‘혼내기’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될 것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 4차산업혁명위원회 장병규 위원장은 “무차별적인 기업 때리기가 이어진다면 국내투자를 꺼리고 기업 근거지를 해외로 옮기는 일도 발생할 것이다”고 고언(苦言)을 했다.

다음은, 투자하기 좋은 여건을 만들어야 한다. 헝가리의 경우 2010년 이후 법인세율을 낮추고 투자에 대한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한 결과 실업률은 3분의1로 낮아지고 평균 임금은 60%나 증가했다고 한다. 한국의 경우 보도에 따르면 최근 해외에 투자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 네이버는 일본 핀테크사업에 1조원 투자계획이며, 현대차와 카카오, SK 등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규제완화와 세제개선을 포함한 다양한 투자 인센티브를 마련해 기업의 투자를 적극 이끌어 내야 한다.

세 번째는 창업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우수한 기술 등 혁신적 아이템은 있지만 자본이 없어 창업을 못하는 사례가 많고, 지원책도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또 창업기업에 대한 성장지원도 확대해야 한다. 울산 수출기업의 경우 1년 이상 생존율이 42% 정도이며 특히 5년 이상은 11%에 불과하다. 관련 예산을 획기적으로 확대해야 할 것이다. 다음은 노동정책 문제다. 몇 년 전 주한EU상의회장이 고별기자회견에서, 유럽자본의 투자유치 선결요건 질문에 주저 없이 ‘노사문제’라고 한 적이 있다. 아직까지 취약한 여건에 있는 노동자의 권익은 향상돼야 하겠지만 기업운영에 장애가 되고 있는 노동관련 제도나 정책은 시정이 돼야 한다.

이러한 대책을 시행하려면 많은 예산이 필요하나 현재 단기성 일자리 확보에 투입되는 예산을 조정하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금년 초만 해도 “일자리는 민간이 만드는 것 같은 고정관념이 남아 있다”며 공공 일자리를 강조했던 대통령이 지난 4일 모 기업 공장 준공식에서 “좋은 일자리는 결국 기업이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이 말이 진정성이 있다고 보고 앞으로의 경제정책 방향성에도 큰 변화가 있길 기대해 본다.

이기원 전 울산경제진흥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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