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울주군 언양읍성(사적 153호) 정비사업이 다시 활기를 얻게 됐다. 내년에 ‘언양읍성 복원·정비사업 및 역사문화공원 조성사업(이하 언양읍성 정비사업)’을 위해 국비 65억원이 지원되기 때문이다.

언양읍성 정비사업은 2012년 용역이 완료됐고 2013년부터 국비 지원이 시작됐다. 총 예산은 1652억원으로 예정돼 있으나 ‘찔끔 예산’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2008년부터 시작된 언양소도읍육성사업의 핵심사업으로 선정돼 74억원을 들여 남문인 영화루와 주변 성곽을 복원했다. 주변환경에 어울리지 않는 과도한 복원이 눈에 거슬리기는 하나 이로 인해 조금이나마 언양읍성의 모양새가 갖추어지게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언양읍성은 관아와 성곽과 문루 등 건축물은 말할 것도 없고 성곽 내부의 땅조차 확보하지 못한채 나대지와 미나리꽝 등으로 방치되고 있다.

언양읍성은 평지에 자리한 정방형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원형에 대한 학계의 관심이 높은 문화재다. 갑작스런 예산 배정이 의아하긴 하지만 어쨌든 한시가 급한 언양읍성 일대를 정비하게 된 것은 다행이다. 다만 예전처럼 엉터리 복원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언양읍성은 1996년부터 10개년 계획으로 복원사업이 진행되다가 “축성법, 성곽높이, 성벽, 기단폭 등이 원형과 다르게 엉터리로 복원됐다”는 울산대 건축학부 한삼건 교수의 문제제기로 제동이 걸려 4년만인 1999년 중단된 경험이 있다. 문화재의 복원은 철저한 원형보존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원칙을 어겼기 때문에 발생한 어처구니 없는 사고였다. 공연히 예산만 11억원이나 낭비했다.

다시 시작하는 언양읍성 정비사업도 관아를 새로 짓거나 성곽을 다시 쌓는 등 눈에 드러나는 건축물 복원에 급급해서는 안될 것이다. 한삼건 교수는 “30여년 성곽연구를 해왔으나 언양읍성의 완전한 모습을 알기는 어렵다”면서 “성곽의 전모가 밝혀질 때까지 전면적인 복원 보다는 최소한의 정비에 머무르는 것이 맞다”고 했다. 백번 맞는 말이다. 관아 부지로 추정되는 언양초등학교를 매입해 발굴작업을 하고 성곽 내부의 사유지를 매입해서 유적의 현상(現狀)을 보존하는 것이 우선이다. 문화재보호법에도 ‘문화재 보존 관리 및 활용은 원형 유지를 기본원칙을 한다’고 적고 있다.

도심 한가운데 자리하고 있는 언양읍성은 문화유적으로서도 가치가 크지만 언양읍 주민들의 정주여건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관광자원화를 내세운 건축물의 섣부른 복원이 아니라 주민과 더불어 공존하는 역사공원이 돼야 하는 또다른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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