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왕수 정치부 기자

최근들어 울산시의회와 관련한 뉴스가 쏟아져 나왔다. 주민 대표기관으로써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내용이었다면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의원들의 부적절한 행위 등에 따른 각종 부정적인 내용이었다. A시의원은 최근 자신의 집무실에서 의회사무처 직원에게 서류를 던지고 고성과 함께 책상을 내려치는 등 고압적인 태도의 갑질을 했다는 내용이 보도됐다. 당시 A시의원은 사실무근이라며 갑질행위 자체를 부인했다. 의원들의 의정활동을 지원·보좌하는 의회사무처 직원은 누가뭐래도 의원에 비해 ‘을’의 위치에 있다. A의원이 집무실 밖에서도 들릴 정도의 고성을 지른걸 봐도 알 수 있다. 물론 의원도 사람이다보니 홧김에 서류를 던지거나 고성을 지를 순 있다. 갑질을 부인한 A의원 입장에선 억울한 측면이 있을 수 있겠지만 적절한 사과 한 마디면 조용히 넘어갈 수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부인하고 사과를 미루고 하다보니 결국 공무원노조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고, 울산시의회가 갑질논란의 가운데 서는 결과를 낳았다.

시의회 환경복지위원회의 부실 해외연수 결과보고서도 그렇다. 연수계획을 세울 당시부터 시기의 부적절성, 외유성 등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지만 “역대 의회와는 확실히 다른 해외연수가 될 것”이라고 철썩같이 약속했다. 하지만 얼마 뒤 내놓은 결과보고서는 말 그대로 수준이하였다. 대표적인 물 부족 국가로 꼽히는 싱가포르에서 오·폐수를 세계 최고수준의 수질로 정화해 식수로 사용하는 시스템을 봤으면 당연히 울산 접목방안을 고민해야지 ‘싱가포르처럼 물 절약을 생활화해야겠다’는 의견을 내놓는게 고작이었다.

떠올리기에 부끄러운 사건도 있다. 현재 부의장실 구조는 하나의 문을 열고 비서실로 들어가면 오른쪽엔 1부의장실이, 왼쪽에는 2부의장실이 있다. 1부의장실이 소위 전망이 나오는 ‘좋은 방’으로, 관행적으로 다선이면서 연장자가 차지했다. 하지만 재선인 2부의장을 제치고 초선인 1부의장이 선점했다. 결국 부의장간 감정다툼으로 비화되다 ‘서로 보기 싫다’는 양측의 의중에 따라 세금 수백만원을 들여 복도에서 비서실로 들어가는 문을 기존 문 바로 옆에 하나 더 만들고, 문과 문 사이에는 칸막이를 하나 세웠다. 짝지와 싸웠다는 이유로 책상에 선을 긋고 책가방을 올려두던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이 연상된다. 이밖에 개인 물품을 사달라거나 또는 자신을 제대로 의전해주지 않았다고, 공사 소음이 시끄럽다는 등의 이유로 의회사무처 직원을 닦달하는 일도 있었다.

시의회는 아니지만 동구의회는 가정폭력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은 의원에 대한 제명안을 제식구 감싸듯 부결시키는 일도 있었다. 제7대 시의회는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유권자들의 바람으로 탄생했다. 하지만 이제 겨우 출범 4개월을 맞은 상황에서 시의회 안팎에선 ‘적폐(자유한국당)를 몰아내니 새로운 적폐(더불어민주당)가 나타났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를 탄생시킨 촛불 정신에 힘입어 보수 일색이었던 지방정부와 의회가 교체됐지만 예나 지금이나 전혀 다를 바 없다는 의미다.

얼마 전 지역 언론에서 갑질 의원 기사가 일제히 나오자 일부 시의원은 출처를 찾기 위해 눈을 부릅떴다는 이야기까지 들었다. 동료의원 사태를 보고 자신의 과거를 되돌아봐도 모자랄판에 출처를 찾아 보복이라도 하려고 했던 것일까. 기본적으로 지방의원은 최일선에서 주민과 접촉하는 주민 대표기구다. 왜 언론이 갑질사태를 보도했는지, 뉴스를 접한 주민들은 왜 분노하는지 등을 곰곰이 되새겨봐야 한다. 진정으로 주민을 위하는 정치인이 되려면 주민들과 눈높이를 맞추는게 우선이지 않을까.

이왕수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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