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대암각화 보존·시립미술관 문제
수장으로서 위치에 대한 고민 아쉬워
권한행사 앞서 시장다운 리더십 필요

▲ 신형욱 사회부장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위한 사연댐 수위 조절에 따른 울산의) 물부족 문제와 관련해 울산, 대구, 구미 등이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협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내년에는 반구대암각화 보존문제 해결을 위한 답변을 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정재숙 문화재청장의 답변이다. 십수년 동안 청정식수문제 해결없는 사연댐 수위조절은 불가하다는 울산으로선 받아들이기 힘든 답변이다. 반구대암각화 보존방안으로 선 사연댐 수위조절을 기정사실화하는 듯한 정 청장의 답변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송철호 시장이 빌미의 일단을 제공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송 시장은 당선전후 생태제방안 폐기를 공언한데서 나아가 문화재청에 사연댐 수위를 낮추겠다고 했다. 여기엔 울산시민들에 대한 사전설명이나 협의는 없었다. 암각화 보존도 보존이지만 물문제는 크게는 시민의 생존권문제이고 작게는 시민부담의 증가로 이어지는 사안임에도 소신이란 이유로 간과한 듯하다. 소통을 강조하는 송 시장의 시정운영 방침과도 맞지 않고, 문재인 정부의 최우선 갈등관리정책으로 꼽히는 반구대암각화의 합리적인 보존방안을 찾기 위한 연구용역이 올 연말 완료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성급한 측면도 있다.

송 시장은 울산이 암각화 보존에 먼저 발벗고 나서면 정부가 울산의 물문제 해결책을 찾아주고, 관광자원화에 적극 나서줄 것이라 기대한 듯하다. 하지만 말 그대로 기대에 그친 것 같다. 최근 청와대 국무조정실 주관의 ‘갈등관리 실무협의회’에서 문화재청은 난데없이 ‘영구적 수위조절’을 위해 사연댐 여수로를 잘라내 아예 암각화가 잠기지 않는 높이로 낮추라는 주장을 폈다. 여기엔 울산시민, 아니 ‘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송 시장의 선의에 대한 배려조차 찾기 힘들어 보인다. 반구대암각화 문제는 국회 행자위의 울산시 국감에서도 이슈였다. 국감에서 송 시장은 “(최근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관계기관, 관계 지자체 합동회의에서) 대구에서 (운문)댐 물을 줄 용의가 있다고 했다”고 답변했다가 “논란의 소지가 있으니 시장이 답변을 수정하는 것이 좋겠다”는 경고성 발언을 들었다. 물문제의 민감성과 휘발성을 우려한 지적이었다. 시련 속 8전9기에 성공한 시장 송철호에 대한 시민들의 기대가 크다. 취임 이후 시민친화적 소통행보 등 큰 점수를 따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암각화 보존문제에 대한 대응을 보면서 시장보다는 야인 송철호의 모습이 더 크게 다가오는 건 왜일까?

시립미술관 문제도 연장선상이다. 송 시장은 국감에서 “시장에 취임했을 때 미술관 설계와 시공사 선정과정에 문제를 제기하는 분들이 많아 공론화위원회에 붙였다”고 답했다. 하지만 공론화 탓에 사업기간이 1년 가량 지연되고, 국비 26억원을 정부에 반납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했다. 송 시장이 좀 더 신중했다면 시간과 비용 낭비는 없었을 것이라는 의견이 적지 않다. 일부에선 송 시장의 이같은 시정운영방식을 두고 울산시의 수장으로서의 위치에 대한 고민이 덜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오롯이 현재의 울산과 미래의 울산을 고심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자리가 시장의 자리이자 무게라는 고언이다.

울산은 현재 특정공업지구 지정 이후 최대 위기라는데 이견이 없다. 주력 제조업의 침체로 실업자가 급증하고 2년 가까이 인구가 지속 유출되는 등 울산호 침몰에 대한 우려가 크다. 시장의 막중함이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기다. 위기극복의 첫 출발은 시장의 권한 행사에 앞서 시장이란 지위의 무게감과 책무에 따른 시정운영이 필요하다는 일부의 의견을 귀담아 들어야 할 것같다. 시장의 리더십이 무엇보다도 중요하고 필요한 시기다. 신형욱 사회부장 shin@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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