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중심 교통체계속 우리나라의 도로는 위험하기 그지 없다. 심각한 수준의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다. 2015년 기준 한국의 인구 10만명당 보행 중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5명으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 1.1명의 3배가 넘고, 숨진 이들 중 보행자 비율은 40.1%에 달한다. OECD 30개 회원국 가운데 29위의 ‘보행 후진국’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9월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61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2.6% 증가한 울산의 경우도 다르지 않다. 우리도 차량 중심 교통체계에서 벗어나 보행자 중심으로 교통정책을 전환해야 할 때가 됐다.

울산지방경찰청은 교통사고 줄이기 정부 시책에 따라 내년 상반기 주요도로 속도제한을 현행 시속 60㎞에서 10㎞ 낮춰 50㎞로 강화한다고 1일 밝혔다. 제한 대상은 번영로와 삼산로를 제외한 주요도로로 울산시와 협의해 결정될 예정이다. 보행자를 위험으로 몰아 넣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이 빠른 도심 차량 속도에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에 따르면 시속 60㎞로 달리는 차량에 보행자가 치일 경우 사망 가능성은 85%에 달한다. 제동거리도 27m나 된다. 보행자를 발견해도 멈추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속도를 줄여 시속 50㎞로 운행하면 사고시 보행자의 사망 가능성은 55%로 뚝 떨어진다. 보행자 사망률이 우리보다 훨씬 낮은 프랑스, 이탈리아, 스웨덴 등 대다수 선진국의 도심 제한속도도 시속 50㎞이다. 덴마크의 경우 도심 제한속도를 시속 60㎞에서 50㎞로 낮춘 이후 교통사고 사망자가 24% 감소하고, 부상사고도 9% 줄었다고 한다.

도심 내 제한속도 낮추기는 세계적인 추세다. 우리 정부에서도 교통안전 종합시행계획을 발표하고 도심 제한속도를 50㎞로 낮추기 위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제한속도를 낮출 경우 도심 정체에 대한 우려가 있긴 하지만 제한속도를 낮춰도 차량 흐름에는 큰 지장이 없다는 연구가 속속 나오고 있다. 2014년 프랑스는 외곽도로의 제한속도를 시속 80㎞에서 70㎞로 낮췄지만 시간당 운행거리는 오히려 38㎞에서 39㎞로 증가했다. 차량이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문제가 줄었기 때문이다. 안정적인 주행으로 도로와 타이어 마모, 소음이 줄어든 성과도 있었다. 울산지방경찰청이 울산시, 한국교통안전공단과 합동으로 실시한 도심부 안전속도 실증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문제는 제한속도 강화에 따른 관련 기반시설을 제때 완비할 수 있느냐이다. 속도하향과 관련한 표지판과 노면도색 위치 등을 사전에 파악, 설치해 운전자들을 헷갈리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