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플리마켓·체험부스등

주말 내내 발길 이어졌지만

정체성 모호·차별화 안돼

일부 시민 “장터같다” 지적

새로운 콘텐츠 개발 숙제로

▲ 제52회 처용문화제가 3~4일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개최됐다. 사진은 처용무보존회 공연모습.
“온갖 물건을 많이 파네. 아트마켓이 열렸는갑다. 아니네! 처용문화제였네.”

울산지역 전통문화 브랜드 축제인 처용문화제가 지난 3일과 4일 남구 달동문화공원에서 치러졌다. 지난 수년간 처용문화제는 정체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통해 대안을 강구하고 변화를 시도했지만, 올해 역시 정체성이 모호한 축제로 남게 됐다.

올해 처용문화제는 10월5일부터 사흘간 일정으로 태화강지방정원에서 개최될 예정이었지만, 제25호 태풍 ‘콩레이’의 영향으로 일정을 변경했고, 축제 규모도 대폭 축소됐다. 서늘해진 날씨와 변경된 장소로 인해 ‘과연 시민이 많이 찾을까’우려했지만, 이는 기우에 불과했다. 주말 내내 달동 문화공원에는 시민들의 발걸음이 이어졌고, 많은 시민이 가족 혹은 연인, 동료들과 축제장에 머물렀다.

특히 올해 처용문화제는 ‘처용창작콘텐츠 공모’를 진행하는 등 처용을 주제로 한 다양한 창작 공연물을 선보여 기대를 모았다. 그 중 처용설화를 바탕으로 창작된 한국형 발레극 ‘처용’이 주제공연으로 선보여 관람객의 관심을 끌었다. 지난 1월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공연됐던 작품으로, 처용문화제에는 30분 분량으로 축소해 다시 무대에 올린 것이다. 다만, 이후 마련된 각종 처용 관련 공연 행사는 방문객의 시선을 지속적으로 이끌어 가지는 못했다. 처용 콘텐츠를 부각시키기 위한 주최 측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5개 구·군 문화원에서 운영하는 체험부스와 각종 물품판매가 이뤄지는 부대 행사장 쪽으로 발길을 돌렸다.

무엇보다 젊은 관람객을 축제장으로 끌어모은 일등공신 콘텐츠는 ‘플리마켓’이었다. 직접 만든 머리핀이나 가방, 볼펜 등을 판매하기도 하고, 아동 및 여성 의류, 액세서리 등을 판매하기도 했다. 또 건어물, 두유, 건조과일, 머랭, 아트비즈 등 다채로운 물건들이 판매됐고, 울산농협의 직거래장터도 운영됐다.

하지만 이 플리마켓으로 사람들의 발길을 끌어모으긴 했으나 반대로 축제 이름만 바꾸면 울산지역 다른 축제와 차별되지 않은 행사로 전락하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지난 십수년간 처용문화제의 발목을 잡아온 정체성 논란이 또다시 재연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물건을 구경하고 구매하는 젊은 시민들도 “구경은 하지만, 이게 처용문화제인가 하는 의문이 든다”고 말했고, 처용문화제를 관람하러 온 중장년층은 “물건만 파는 장터같다”는 의견을 내놓았다.

마켓 부스는 늘어난 반면 먹거리 부스는 줄었다. 먹거리장터에는 테이블이 있었지만, 푸드트럭의 경우 마땅히 앉아 쉴 만한 장소가 없어 아쉬움을 남겼다.

처용문화제는 4일 오후 6시 대동놀이로 피날레를 장식하며 막을 내렸다. 대동놀이는 울산연합 전문연희단체와 각 구군 문화원 소속의 풍물놀이가 참여하는 길놀이로 시작해 일반 시민과 어우러지며 퍼레이드 행렬을 이뤘고, 주무대와 광장일대에서 월월이청청(강강술래) 놀이를 즐기며 폐막했다.

울산지역 한 향토사학자는 “울산 고유의 문화콘텐츠인 처용의 역사적 의의를 알리자는 취지로 매년 마련되는 축제인데 아쉬움이 든다. 반세기 넘게 이어온 지역축제라는 명성에 비해 가벼운 축제가 된 것 같다. 처용을 활용한 새로운 콘텐츠 개발이 시급해 보인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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