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행자와 차량의 통행이 적은 횡단보도 교차로에서 한가지 색의 신호가 반복적으로 ‘깜박’거리는 경우가 있다. 적색과 황색의 점멸신호등이다. 적색 점멸신호는 일시 정지 후 주위를 둘러보고 통행하라는 의미이며, 황색 점멸신호는 서행 운행하며 통행하라는 의미이다. 불필요한 신호대기 시간을 줄여 연료절감과 교통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교통사고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황색에는 ‘서행’, 적색에는 ‘일시정지’라는 점멸신호 체계에 대한 이해부족과 무시가 큰 사고로 이어져 시민의 안전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교통의 효율성에 사람의 안전이 묻혀버린 결과는 아닌지 걱정이다.

5일 낮 12시45분께 울산시 울주군 범서읍 구영리 한 사거리에서 각각 다른 방향으로 운행하던 BMW 승용차와 시내버스가 부딪쳐 승용차 운전자와 버스 운전자, 승객 16명 등 총 18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크게 다친 사람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승용차가 버스 측면과 충돌했고, 이를 피하려던 버스는 도로변 신호등과 전신주를 잇달아 들이받았는데 점멸신호가 문제였다. 경찰은 점멸신호에서 두 차량이 동시에 직진하려다 사고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사고 당시 버스는 황색 점멸신호를, 승용차는 적색 점멸신호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과실여부를 떠나 어느 누구라도 기본적인 신호체계를 제대로 숙지·이행하지 않을 경우 어떤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고가 아닌가 싶다.

도로교통법 시행 규칙에는 황색 점멸신호 시에는 ‘다른 교통 또는 안전표지의 표시에 주의하면서 진행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적색 점멸신호 시에는 ‘정지선이나 횡단보도가 있을 때 그 직전이나 교차로 직전에 일시 정지한 후 다른 교통에 주의하면서 진행할 수 있다’고 돼 있다. 이에따라 적색 점멸신호등에 일시정지 하지 않고 달리다가 사람을 사상에 이르게 한 경우는 설령 종합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제3조 제2항의 12대 중과실 사고 중 신호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최근의 교통정책 방향이 교통의 효율성보다는 사람의 안전을 우선하는 것임을 감안하면 ‘알아서 가라는 식’의 점멸신호등 운영 체계는 애매하기 짝이 없다. 문제는 또 있다. 점멸신호가 운영되고 있다는 것을 해당 지역에 사는 사람들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교통편의 시설이 되레 교통사고 요인이 되어서야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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