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5일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지난달 대구시장, 경북도지사, 울산시장, 구미시장, 국무조정실장, 환경부 차관, 문화재청장 등과 함께 총리 공관에서 점심을 하면서 대구시 취수원 이전과 울산 반구대 암각화 보호방안에 대해서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는 송철호 울산시장과 문화재청이 반구대 암각화 보존을 위해 사연댐 수위를 낮추기로 합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긴 했으나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날 이총리의 발언을 통해 맑은 물 공급을 위한 대안까지 제시됨으로써 십수년간 이어져온 울산의 숙원이 마침내 해결의 첫단추를 끼우게 됐다.

하지만 아직은 갈 길이 멀다. 어느 하나 빠른 시일내 마무리 될 일이 아니기도 한데다 물문제와 관련해서는 대구·경북 지역의 논란이 분분한만큼 국무총리의 국회 발언은 언제든지 무위로 끝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선(先) 암각화 보존, 후(後) 맑은 물 공급’이라는 노선을 선택한 울산으로서는 국무총리의 국회 발언을 넘어 지자체장들의 합의를 제도화·정책화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며, 아울러 우선순위에 따른 신중한 접근도 필요하다.

첫 순서는 암각화 보호를 위한 사연댐 수위조절이 될 전망이다. 사연댐 수위를 낮추는 것도 방법이 다양하므로 울산시는 정부의 맑은 물 공급계획과 연계해 단계별로 나누어 전략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섣불리 문화재청 주장대로 ‘영구적 수위조절’을 했다가 맑은 물에 대한 아무런 보장도 받지 못하는 우를 범할까 걱정돼서 하는 말이다. 게다가 맑은 물 공급은 지금당장 정책이 결정된다고 하더라도 수년 혹은 십수년이 걸릴 사업이다. 때문에 별도의 물 공급 대책을 세우는 것도 울산시의 몫이다. 지난해 가뭄으로 인해 식수 전량을 낙동강물에 의존한 경험이 있지 않은가. 반구대 암각화와 천천리 각석이 포함된 대곡천 일대의 세계문화유산 등록과 유적공원화 방안도 반드시 함께 논의돼야 할 문제다.

그에 앞서 울산시와 송시장은 할 일이 또 있다. 식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울산시민들에게 이해를 구하는 절차다. 십수년을 끌어온 지역현안의 매듭을 국무총리의 국회발언을 통해 시민들이 알게하는 것은 모순이다. 송시장은 지난 7월 울산시 간부공무원들의 정책조정회의에서 문화재청의 사연댐 수위 조절에 동의했다는 사실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맑은 물 공급 대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섣불리 ‘패’를 던진 것에 대한 부정적 반응을 우려한 때문인지 공식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결국 공공연한 비밀로 지역사회에 회자되면서 행정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원인이 되고 있다. 이는 ‘소통’ 최우선이라는 민선7기의 철학과도 배치된다. 송시장의 직접적인 설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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