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미국 사회에서 흑인이 인권을 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버스 좌석에 잘못 앉았다는 이유만으로 체포된 로사파크 여사로부터 인권운동의 대부인 마틴루터킹 목사가 살해되기까지 많은 사람의 희생이 있었다. 차별과 학대로부터 권리를 찾으려면 먼저 세상에 문제를 알려야 한다.

장애인 학대의 문제도 ‘도가니 사건’을 시작으로 세상에 크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012년에는 8년간 여성 장애인이 감금돼 충격을 받았다. 이 사건으로 장애인 학대 정의 및 신고의무 절차가 장애인복지법에 신설되었다. 2014년에는 사회를 경악하게 했던 외딴 섬 염전 노예 사건이 있었다. 외딴 섬에 지적장애인과 시각장애인이 임금도 받지 못하고 염전에서 강제노동했던 사건이다. 시각장애인의 편지가 어머니께 전달되어 세상에 알려지고 경찰이 구출하게 되었다. 이 사건은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이 설치되는 기준을 만들었다.

2018년에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이 전국 17개소에 설치되었다. 설치된 후 6개월 동안 총 1843건이 신고되었고, 학대 의심 사례는 53%로 984건을 조사 중이다. 이 중에서 피해대상자는 지적장애인이 69.7%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한다. 지적장애인은 장기간 착취를 당하면서 도주할 생각을 하지 못하고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이 강해지며 무엇보다 자신이 인권침해를 당한다는 사실을 모르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노력은 제한적이었고 오히려 일부 주민의 노력으로 구출된 경우가 많았다.

학대 신고에 대한 지역주민의 의식도 차이가 나타난다. 아동과 노인에 대한 신고자 비율은 종사자가 10~30% 내외이고 나머지는 지역사회의 신고이다. 반면, 장애인은 신고 의무자가 50%를 넘어서 상대적으로 지역사회의 신고비율이 낮다. 지역사회가 장애인에 대한 학대 신고를 아직 어렵게 생각한다는 것을 반영한다.

장애인 학대 사건은 최근에 많이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지금까지 당연하다고 여기고 관심이 없었기 때문에 몰랐다. 최근에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17년간 무임금으로 쓰레기장 컨테이너에서 살아온 지적장애가 의심되는 60대 남성이 구출되었다. 서울 한복판에 일어난 비참한 사건이다. 울산에도 어디선가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장애인이 있을 것이다.

장애인의 권리가 바로 서려면 더 많은 사람이 장애인의 차별과 학대를 세상에 알려야 한다. 한 사람의 신고가 수십 년간 학대를 당한 사람의 인생을 바꿀 수 있다. 애정을 갖고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차별과 학대를 당하고 있는 사례가 있을 것이다. 방관하지 말고 장애인 권익옹호기관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전화는 1644-8295(빨리구호)이다. 커다란 세상의 변화는 문제점을 널리 알리는 작은 행동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김중한 시민장애인주간보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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