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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진 기자의 행복한 미술관 여행]낯섦에서 울림으로 한국 근대미술의 역사를 만나다17. 공간이 된 그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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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1.21  21:4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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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환공간 부산시립미술관 별관으로 공간과 일체된 작품감상 가능
이응노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옆 위치…문자추상으로 서예 재해석
환기미술관 서울 종로구에 세워져 경매시장 최고 인기 작품들 전시
박수근미술관 강원도 생가에 미술관 건립…향토색 짙은 작품들 눈길


세상을 본다는 건 자연과 사람, 그리고 세상사를 이해하는 과정이다.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낯선 것을 경계하고 외면한 채 ‘아는 것’만 보려고 한다. 혹자는 익숙한 그 것만이 아름답다고 말한다.

미술은 이같은 함정에 빠져 곁을 주지 않는 이에게 천천히, 그러나 지속적으로 다가온다. 우리의 근대미술도 같은 과정을 거쳤다. 당대를 살았던 화가들의 세상과 삶, 그가 보고 경험했던 이미지의 총합이 그 속에 담겨 있다. 그래서 그림을 ‘시대의 거울’이자 ‘역사의 증인’이라고도 한다. 화가가 표현한 건 그의 사유 뿐만 아니라 화가가 체험하고 살았던 시대의 이미지인 것이다.

이번 회에는 우리의 전통회화와 서구의 근대미술이 만나 새로운 변화의 흐름을 보여 주기 시작한 1900년부터 1960년 사이를 주목한다. 그 시절 이 땅에서 낯설고 불편하게 다가온 근대의 미술은 반세기를 돌아 이제는 더없이 친근한 모습으로 우리 곁에 서 있다. ‘공간이 된 그 이름’과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미술관을 살펴본다.

 
 
 


◇이우환공간

부산 해운대 부산시립미술관 정원에 ‘이우환공간’(Space Lee Ufan)이 있다. 3년 전 그 공간의 개관식에서 이우환 작가를 만난 적이 있다. 작은 얼굴, 흰 머리, 마른 체형의 이우환(1936~) 작가는 당시 전국에서 몰린 30여 명 기자단을 이끌고 직접 전시장을 안내했다. 그의 공간은 돌과 철판, 흰 캔버스에 그려진 점과 선으로만 채워져 있다. 빈 공간이 많으나, 비어있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천장에서 쏟아지는 자연광이 ‘충만한 여백’을 연출하며 환하게 빛난다.

이우환 공간은 원래 부산시립미술관의 야외화장실이 있던 곳이다. 부산시는 부산시민공원 안에 보다 그럴듯한 이우환 미술관을 짓고 싶어 했다. 그러나 작가는 거창한 프로젝트를 원하지 않았다. 협의를 거듭한 끝에, 지금의 자리에 지금의 건물로 지어져 시립미술관의 별관이 됐다. 일본 나오시마섬의 이우환 미술관에 이어 2번째 그의 공간이 부산 해운대에 자리잡은 과정이다.

“일반인들이 보기에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불친절하고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반인과의 접촉을 끊임없이 원하는 게 미술의 또다른 특색이다. 작품뿐만 아니라 벽과 바닥, 복도와 문 등 공간과 작품을 하나로 느껴보라. ‘희한한 광경’에 불과하던 공간에서 ‘울림이 있더라’는 경험담이 나오길 기대한다.” 그날 만난 팔순 노(老) 작가의 바람이었다.

   
 


◇이응노미술관

이응노(1904~1989)의 그림인생은 서화계의 거장, 해강 김규진의 문하로 들어가면서부터다. 문인화와 서예로 제법 알려지게 됐으나 30대의 그는 미술계에 새로운 변화가 모색되자 전통회화 속에 새 기운을 불어넣고자 했다. 일본 유학은 그 방편이었고 이후 전통적인 사군자에서 벗어나 현실풍경화 작업에 몰두했다. 그는 50대에 또다시 독일 유학을 거쳐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고, 반추상적 표현에서 당시 유럽을 휩쓸던 추상미술을 온몸으로 받아 들인다. 그러면서도 유럽인에겐 서예와 사군자를 가르쳤다.

이응노의 문자추상 세계는 서예가 갖고있는 조형의 기본을 시대의 흐름에 따라 재해석하는 과정이다. 1987년 북한의 초대로 평양전시를 가졌던 그는 2년 뒤 한국에서의 회고전이 추진했으나, 정부의 입국금지에 따라 정작 고국땅을 밟지못했다. 그리고 전시 첫 날 파리의 작업실에서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그는 작고하기 10년 전부터 오로지 ‘인간군상’에 몰두했다. 현대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아픔을 겪으면서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 어울리고 뒤엉켜 춤을 추는 듯한 풍경을 통해 사람들 사이의 평화와 어울림, 하나되는 세상을 갈망했다.

2000년 서울 평창동에 이응노미술관이 개관했으나 2005년 폐관했다. 이후 대전광역시가 이응노미술관의 소장품을 인수해 2007년 대전시립미술관 옆에 이응노미술관을 개관했다.

   
 


◇환기미술관

김환기(1913~1974)의 작품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1970)는 그의 절친한 벗인 김광섭의 시구절에서 제목을 따왔다. 또다른 ‘우주’(1971)와 함께 두 작품은 절제되고 통일된 색조의 무수한 단색 톤의 점으로 가득 채워져 있다. 김환기는 하늘을 올려다보면 자유와 행복을 느낀다고 했다. 그가 바라본 하늘, 우주의 별들이 쏟아내는 빛의 울림, 숲의 호흡이 만들어낸 메아리, 그가 생을 마감했던 뉴욕의 마천루처럼 불빛의 음악 같은 야경, 강물처럼 흐르는 자동차 불빛, 그 경관을 바라보며 떠올렸을 고향과 가족과 친구를 향한 그리움의 애절한 노래였다.

이처럼 김환기의 작품세계가 절정을 이룬 것으로 평가받는 ‘뉴욕시대’ 작품들은 미술경매시장에서도 늘 인기다. 2016년엔 낙찰총액 415억, 2017년엔 253억을 기록하며 1위를 고수했다. 올해 역시 국내경매역사를 새로 썼다. 지난 5월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 그의 작품 1점이 사상 최고가인 85억원에 팔렸다. 수수료를 포함하면 100억원을 웃돈다.

김환기는 1974년 뇌출혈로 뉴욕의 한 병원에 입원했고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그의 곁은 부인 김향안이 지켰다. 1992년 서울 종로구에 세워진 환기미술관은 그의 예술정신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전시장 입구의 사진에는 젊은 시절 김환기와 그의 뮤즈였던 아내 김향안의 젊은 날을 만날 수 있다.

   
 


◇박수근미술관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린 화가, 독학으로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한 한국의 대표적인 화가, 죽은 다음에 유명해져 국민에게 가장 사랑받는 화가, 그 이름 박수근(1914~1965)이다.

그가 51세의 나이로 죽자, 기자이자 평론가였던 이구열은 ‘한국은 가장 개성적이고 소박했던 예술가 하나를 잃었다’고 추모했다. 그의 작품은 해묵은 바위의 피부처럼 느껴진다.

   
▲ 홍영진 문화부장

회색조로 곱게 두툴거린다. 그 위에 농부, 여인, 노동자, 시골의 가난한 아이들까지 희미한 선과 면으로만 표현된다. 그만의 마티에르 속에는 한국의 이미지와 은근한 향토색이 깊게 배어있다. 한 시대의 기록으로서도 훌륭한 가치를 지닐 뿐 아니라 우리의 정서를 함축하고 있다.

박수근미술관은 2002년 강원도 양구군 양구읍에 있는 그의 생가에 건립됐다.

미술관은 박수근기념관, 현대미술관, 박수근파빌리온으로 이뤄져 있다. 기념관에는 손때가 묻어나는 유품, 사진, 편지, 메모 등 그의 인간적 면모를 살필 수 있는 다양한 오브제들이 전시돼 있다.

현대미술관은 박수근의 예술과 더불어 지금 이 시대의 예술과 만나는 소통창구 역할을 한다. 홍영진 문화부장 thinpizza@ksilbo.co.kr 참고 <한국 근대 미술을 빛낸 그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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