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서 벌어진 유학생 폭행사건
영국경찰 신고 받고도 출동 안해
한인 여성 커뮤니티서 집회 제안
25일 공정수사·사회변화 촉구키로

최근 영국 런던 시내 한복판에서 한국인 유학생이 집단 폭행당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재영 한인사회가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에 이어 이번에도 한국인이 범죄 희생양이 되자 한인 여성 커뮤니티가 촛불 시위를 통해 당국의 철저한 수사와 재발 방지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재영 교포인 A씨 등은 일요일인 오는 25일(현지시간) 런던 옥스퍼드 서커스의 마크스 앤 스펜서 앞에서 촛불 시위를 열기로 했다고 22일 밝혔다. 이곳은 영국 캔터베리 대학에 재학 중인 한국인 유학생 B양이 지난 11일 영국인으로 추정되는 10명가량의 청소년으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한 곳이다.

당시 청소년들이 길을 걷던 B씨에게 쓰레기를 던지며 시비를 걸었고, B씨가 이에 항의하자 바닥에 쓰러트린 뒤 구타했다. 주변에 수많은 행인이 있었지만 겨우 2명만 이들 청소년을 막아섰을 뿐 대부분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하기만 했고, 현지 경찰에 신고했지만 런던 경찰은 아예 출동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도 영국 브라이턴 중심가에서 현지 한국인 유학생 C씨(당시 20세)가 영국인 10대 2명으로부터 샴페인 병으로 얼굴을 가격당하는 사건이 발생한 바 있다.

다만 C씨 사건과 달리 B씨 사건은 인종차별 범죄인지 여부는 아직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다. A씨 등은 이번 사건을 전해 듣고 인터넷 커뮤니티에 촛불 시위를 제안했다.

런던 중심가에서 동양인 소녀가 폭행을 당하는데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은 데다, 영국 경찰 역시 신고를 받고도 출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영 한국대사관의 초기 대응에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A씨는 “이러한 사건이 이어질 여지가 많아 교민이 생존의 위협을 느끼고 있다”면서 “사회 약자인 어린이와 여성, 장애인, 노인들이 범죄로부터 보호받기를 원하고, 영국 정부가 인종과 종교, 신체적 장애 여부에 따른 증오 범죄를 강력히 처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비폭력 평화 집회를 통해 영국민 등 사람들의 의식 변화를 꾀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영국에서는 안전을 이유로 시위에 촛불을 동원하는 것은 금지돼 있어 LED 촛불이나 종이 촛불, 피켓 등을 활용할 예정이다.

일단 1차 집회에 최소 5~6명이 참가 의사를 밝혔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참가자를 계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주최 측은 밝혔다. 오는 12월 2일 트래펄가 광장에서 피해자 B양도 함께 하는 2차 집회도 예정돼 있다. 이후 참여 인원 등을 고려해 계속 시위를 이어나갈지를 결정할 예정이다.

A씨는 “저를 비롯해 이번 시위를 준비 중인 이들은 모두 자녀가 있는 여성들”이라며 “아이들의 안전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영국 사회 및 경찰의 변화와 함께 주영 한국대사관, 재영 한인의 인권보호를 위한 기관 등에서 교민이나 유학생 안전에 더욱 큰 관심을 기울일 것을 촉구했다.

A씨는 “이번 촛불집회를 주도하면서 느꼈지만 영국 내 한인을 앞장서서 보호할만한 민간단체가 없다. 봉사자나 기부금이 없어서 기존에 있던 단체도 사라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런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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