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의회가 22일 의원총회에서 의정비 인상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의장단에 일임했다. 결론은 지켜보아야 하겠으나 이날 회의에서 단번에 동결을 결정하지 못한 것이 심히 유감이다. 울산시의회 의정비는 전국 4위인 5814만원이다. 사실상 현재 울산의 경제사정이나 의원들의 평균 경력을 감안하면 의정비 인상이 아닌 동결이 마땅하다. 오히려 삭감을 해야 할 지경이다.

의회는 지역주민을 대표해서 행정을 감시하고 조례를 제·개정하는 기관으로 주민들의 투표에 의해 선정됐다. 그들에게 주어지는 의정비 또한 주민들의 세금으로 지급된다. 때문에 의정비 책정에는 철저하게 지역사회의 경제사정이 감안돼야 한다. 화근은 지난달 정부가 지방자치법 시행령을 개정하면서 의정비 가운데 월정수당을 지방자치단체가 자율적으로 결정하도록 변경한 것에서 비롯됐다.

의정비는 의정활동비와 월정수당으로 나누어진다. 의정활동비는 자료를 모으고 연구하는데 쓰라는 돈으로 광역의원은 월 150만원, 기초의원은 110만원으로 정해져 있다. 문제의 월정수당은 2006년 지방의원 유급제가 시작되면서 도입됐다. 그런데 일부지역에서 과다인상의 문제가 발생하자 2008년부터 지방자치단체별 재정력 지수와 지방의회의원 1인당 인구수 등의 자치단체 유형이 반영된 기준액 산식이 적용됐다. 사실상 상한선으로 작용했으나 지난달 개정된 지방자치법 시행령은 지자체 결정에 맡겼다. 지역의 사정에 따라 주민여론을 반영해 그에 걸맞게 결정하라는 의도인 것이다. 하지만 전국 대다수 의원들은 마치 상한선을 없앤 것처럼 인식하고 의정비 인상에 나서는 꼴불견을 연출하고 있다.

더구나 울산시의회의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는 정당이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것도 놀랍다. 오히려 재선의원이 많은 자유한국당 의원들이 ‘동결’로 마음을 모았는데 초선의원이 대부분인 민주당 의원들의 인상 요구가 거세 결정을 미루었다고 한다. 초선의원은 일반 회사로 치면 아직 수습기간이나 다름없다. 공무원 출신도 있고 기초의회 경험이 있는 의원도 있지만 광역의회 의원으로서의 역량이 검증된 바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19일 정의당은 의정비 인상을 검토하는 의원들에 대해 “잿밥에 눈이 어둡다”면서 “눈 뜨고 보기 민망하다”고 원색적 비난을 쏟아내 시민들의 속을 후련하게 했다.

울산의 경제사정은 역대 최악이다. 고용시장이 얼어붙고 구조조정이 강행되면서 인구마저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의원은 누구보다 지역사정에 공감하고 아픔을 함께 해야 한다.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를 하겠다’는 초심이 어디로 갔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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