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재봉 울산대 생명과학부 교수 전 SK케미칼 상무

우리들 대부분은 매일 아침마다 차를 운전하여 출근하고, 직장에서 일을 마치면 그 차로 또 퇴근을 한다. 누구나 반복적으로 하는 자동차 운전이다. 우리가 자동차라하면 쇠로 만들어 무겁다는 것이 첫 번째 인상이고 느낌이다. 실제 자체의 주요 기본소재는 금속재료다.

그런데 운전할 때 자리에 앉아서 가만히 주위를 살펴보면 핸들, 의자, 앞, 옆 어디에도 금속이 없음을 알게 된다. 가졌던 이미지와는 다른 것을 느끼게 된다. 실제 자동차의 내부는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로 되어 있다. 운전자의 편의성을 높이고 경량화를 목적으로 플라스틱이 많이 사용되는 것이다.

자동차 한대에 평균적으로 150~200㎏의 플라스틱이 사용된다. 차를 가볍게 하여 연비를 높이고자 하는 것으로 예를 들어 무게가 1500㎏인 차량의 10%를 경량화 하여 150㎏을 줄이면 연비도 7~8% 좋아진다. 대단한 혁신이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고분자 물질을 총칭하는 것으로 금속보다 가볍고 쉽게 형태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자동차에는 일반 플라스틱도 사용되지만, 실제 공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플라스틱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EP)이라 한다.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은 수지의 사용온도에 따라 다시 범용 EP와 수퍼 EP로 나누어 진다. 이런 플라스틱은 그대로 부품의 모양을 찍어서 사용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체로 컴파운딩이란 과정을 거쳐 강도와 내열도를 높인 후 차량 내부의 여러 곳에 사용한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플라스틱의 종류에는 가장 많이 사용되는 폴리프로필렌(PP), 나일론인 PA, ABS, PBT, PPS, 대형 물통소재인 PC 등 많은 종류가 있는데 우리 생활과 가까이 있으면서도 이름은 생소하다.

자동차의 어디에 어떤 플라스틱이 사용되고 있는지 몇 가지만 알아보면 우선 핸들에는 우레탄이 소재로 사용되고, 뜨거워진 엔진을 식히는 워터 펌프에는 PPS(폴리 페닐렌술파이드)가 사용된다. 또 타이어에는 물병으로도 쓰이는 PET(페트)도 들어가고, 나이론은 여러 부품에 사용된다. 문 손잡이, 전자부품 등에는 폴리부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인 PBT가 쓰인다. 시트에는 폴리올과 폴리우레탄이 사용된다. 옥수수를 원료로 만든 친환경 소재인 PLA, PTT 등을 매트에 사용하기도 한다. 우리가 영어로 쓰여진 이 수지들의 이름을 다 알기는 어렵고 그냥 많은 종류의 플라스틱이 자동차에 사용되어 우리의 편익을 높인다는 정도로 충분하리라 생각된다.

우리 울산의 자동차 산업과 화학산업은 긴밀히 연관돼 있다. 자동차에 사용되는 여러 종류의 부품을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조직이 있고 수지의 원료를 생산하는 화학공장이 있으며, 그 수지를 자동차용 부품으로 사용하기 위해 사출이나 성형작업으로 생산하는 많은 기업들이 있다. 자동차와 화학이 공존하며 발전하는 지역이 울산이며, 우리 도시의 주력산업이다.

근래에 주력산업이 다 쉽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 지금 울산의 경제상황이 만만치 않은 형편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성장을 위한 노력이 있어 미래는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우리 울산에는 다른 도시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잘 갖추어진 산학협력 체계가 있다. 전직 회사 임원들의 경험과 축적된 기술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NCN, 미래 울산의 발전과 비전을 논의하는 화학네트워크포럼 같은 조직이 지역사회와 기업을 연결하는 연결고리 역할을 하고, 울산대학교의 잘 짜여진 산학협력 체계와 산업대학원의 운영 등이 지역기업과 학교의 연결 통로 역할을 해가며 울산의 미래를 끌어갈 힘을 키우고 있다. 어려울 때일수록 미래를 만들어가기 위한 산학연의 각별한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최근에 울산의 몇 군데 고등학교에 진로지도차 다녀보았는데 과학도와 공학도를 꿈꾸는 많은 학생들의 의욕과 열의를 보고 울산의 미래가 젊은 세대의 어깨에 달렸음을 실감하였다. 지금 울산은 성장을 위한 재도약을 하고자 울산시와 유관기관에서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시민들과 지역사회가 어느때보다 애정을 가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라 생각된다.

임재봉 울산대 생명과학부 교수 전 SK케미칼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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