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 전통의 맥, 어떻게 이어갈까?

은장도 계승·육성·유통위해 장인-현대공예가 협업 체계

안정·지속적 작업공간 마련 전승자 육성방안 시급 지적

종합적 보전·진흥시책 우선 성급한 건립 우려 목소

“30년 전만 해도 없어 못 팔았는데 이런 날이 올 줄이야. 그동안 너무 바보같이 살았어. 이렇게 되기 전에 나서서 병영은장도를 알리고, 제자도 양성하고 했어야 했는데….”

울산 중구 성남동에 위치한 고정민예사라는 공방에서 장도장 작업을 하고 있는 장추남(88) 선생은 일에 대한 자부심과 보람 만큼이나 먼 훗날에 대한 걱정이 크다.

최근 시 무형문화재 제1호 장도장 보유자로 인정 예고되면서 마음이 더 바빠진 것도 사실이다.

은장도는 비싼 가격과 일상화하기 어려운 특징으로 인해 현재 전통문화상품으로서의 수요가 거의 끊기다시피 했고, 때문에 이 기술을 배우고자 나서는 제자도 매우 드문 상황이다.

지역 향토사학자들은 “병영은장도를 계승·육성하기 위해서는 전통 장도 기술을 이어가되, 오늘날의 변화된 환경 속에서 지속적으로 소비되고 유통될 수 있는 공예품으로 개발하는 등 장인과 현대공예가들이 협업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전국적으로 국가 장도장 보유자, 두석장 보유자, 야장 보유자 등과 현대금속공예가·디자이너 등이 협업해 다양한 전시를 기획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전통기술과 현대디자인의 협업을 통해 미래가치를 키워나가자는 제안에 대해서는 전수자로서도 긍정적이지만, 평생을 고집스럽게 전통제작방식을 고수해왔기에 대량생산을 통한 문화상품으로서의 생산이원화에 대해서는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무엇보다 병영은장도 계승을 위해서는 지역의 오랜 숙원사업이었던 무형문화재 전수관 건립을 서둘러야 한다는 의견도 지배적이다.

현재 울산시 무형문화재로는 장도장을 비롯해 일산동당제, 모필장, 울산옹기장, 벼루장 등이 있다.

하지만 타시도와 달리 울산에는 이 기술을 전승할 마땅한 장소가 없다.

이현주 문화재전문위원은 “장도장을 비롯한 울산지역 시 무형문화재의 보존과 계승을 위해서는 제작기술 보유자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작업공간이 확보돼야 한다. 이와 함께 전승을 위한 후세대 전승자 육성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수관 건립을 너무 서두르는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한다.

한 지역원로는 “무형자산은 지역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이 녹아 있어 반드시 계승해야 하는 소중한 정신문화임은 틀림없다. 하지만 울산시 무형문화재는 타 시도보다 매우 부족한 상황이고, 국가무형문화재는 하나도 없는데 무턱대고 전수관부터 건립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무형문화재의 보전 및 진흥을 위한 종합적인 시책을 수립·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울산시 관계자는 “하지만 사업을 시작하기에 앞서 예산확보부터 부지선정까지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5개 종목이 울산시 전역에 뿔뿔이 흩어져 있는 상황이라 특정 지역으로 부지를 선정하기엔 문제가 있다. 또 전수관을 찾는 시민들의 교통편의 등 접근성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현주기자 hyunju021@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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