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배출량 7년간 70% 증가…재활용률 변화 없이 답보 상태
"갈등 관리·정책 집중도 높이고, 도민·관광객 분리배출 동참해야"

▲ 쓰레기 처리 대란 [연합뉴스TV 제공]

[경상일보 = 연합뉴스 ] 

  • 천혜의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제주도가 넘쳐나는 쓰레기로 신음하고 있다.

        배출을 획기적으로 줄이고, 재활용률을 높이겠다며 의욕적으로 추진한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는 시행 2년이 됐지만, 의도한 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쓰레기 처리 문제로 도내 곳곳에서 벌어지는 갈등을 해소하고 청정 제주를 보전하기 위한 앞으로의 과제를 살펴본다.
     
      ◇ 쓰레기 배출량도 재활용률도 '그대로'
        "상표도 떼고 일일이 씻어서 버려야 한다고요? 어디 귀찮아서 쓰레기 버릴 수 있겠어요?"
        제주시 한 재활용도움센터에서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러 나온 주민의 짜증 섞인 불평이 쏟아졌다.
        재활용품 요일별 배출제 실시 이후 쓰레기를 마음대로 버리지 못해 불만이 쌓였는데, 게다가 '제대로' 버려야 한다는 관리자의 지적까지 받자 한 주민이 덜컥 화가 난 것이었다.

        지난 2016년 12월 1일 제주시에서부터 시작한 요일별 배출제가 제주 전역으로 확대 실시하면서 쓰레기를 버리는 곳곳에서 이와 비슷한 실랑이가 벌어졌다.

        2년이란 시간이 흘렀지만 요일별 배출제가 제대로 정착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쓰레기 정리하는 청결지킴이 어르신
    (제주=연합뉴스) 제주시청 인근 클린하우스에서 쓰레기를 정리하는 청결지킴이 어르신. 2017.1.13 [연합뉴스 자료사진]
     
        관광객과 이주인구의 증가로 도내 생활폐기물은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제주에서 하루 평균 배출되는 생활폐기물은 2011년 764.7t에서 2018년 8월 현재 1천303.1t(잠정 집계)으로 7년 사이 70%가량 증가했다.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한 2016년부터 1일 생활폐기물 발생량이 1천305.3t, 2017년 1천302.2t 등으로 큰 폭의 증가 없이 정체 상태를 보이지만, 문제는 '재활용률'이다.

        애초 요일별 배출제는 쓰레기 발생량을 절반으로 줄이고 기존 50%대에 머문 재활용률을 7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시작했다.

        그러나 재활용률은 2014년 56.0%, 2015년 56.5%, 2016년 53.4%, 2017년 56.7%, 2018년 8월 현재 57.3%로 거의 변화가 없는 수준이다.

        제도가 시행된 최근 2년간만 따로 보더라도 3.9% 포인트 소폭 늘어나는 데 그쳤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종이박스
    (제주=연합뉴스) 제주시 내 한 클린하우스에 아무렇게나 버려진 종이박스들이 미관을 해치고 있다.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활용률이 답보 상태를 보이는 데 대해 다양한 분석이 나온다.

        종량제봉투 속에 일반 쓰레기와 비닐·페트병 등 재활용품 쓰레기를 섞어 혼합 배출하는 주민들이 여전히 있고, 요일별 배출제를 시행하는 도중에 주민 반발로 몇 차례 수정되는 과정에서 추진 동력을 잃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하루 평균 제주에 체류하는 15만명 안팎의 국내·외 관광객에 대한 홍보도 부족했다. 사람들이 관광지에서 평소보다 더 많은 지출을 하고 더 많은 생활폐기물을 배출하게 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관광객에 대한 홍보와 관리가 필요하지만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각 가정에서 분리배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는다.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때 정확한 분리배출 요령을 따라야 하는데도 각 가정에서 이를 실천하는 사례는 드문 게 현실이다.
     
    수거된 플라스틱 재활용품 쓰레기
         [연합뉴스TV 제공]
     
        ◇ "깨끗이 비우고 분리" 올바른 재활용 방법은?
        페트병과 유리병, 비닐 등을 분리해 버렸다고 해서 다 재활용되는 것이 아니다.

        음식물이 묻은 상태에서 그대로 버리거나 상표를 떼지 않고 버리면 재활용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기존 배출된 재활용품에 음식물이 묻어 재활용을 어렵게 만든다.

        실제로 환경미화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이전과 비교해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비닐이나 병 속에 각종 음식물을 담은 채 그대로 버리는 경우가 많고, 상표를 제거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토로했다.

        재활용품 분리배출의 요령은 간단하다.

        페트병 등 플라스틱 용기는 내용물을 깨끗이 비우고, 상표 등 다른 재질로 된 부분을 떼어 낸 뒤 꾹 눌러 배출해야 한다.
     
    비닐류 재활용 배출 품목 전단지
         [제주시 제공=연합뉴스]
     
        비닐류와 스티로폼(발포합성수지)도 마찬가지다. 이물질이 묻은 경우 씻어서 배출하되 이물질 제거가 어려우면 종량제봉투에 담아 버려야 한다.

        금속 캔류는 플라스틱이 섞여 있다면 분리해서 재질별로 분리하고, 다 쓴 살충제·부탄가스의 경우 안에 가스가 남아 폭발 우려가 있기 때문에 송곳으로 구멍을 뚫어 배출해야 한다.

        종이류인 경우 다 같은 종이로 보이지만 서로 다른 공정을 거쳐 다른 재활용품으로 태어난다.

        예를 들어 폐지는 종이로 재탄생 돼 노트로, 우유 팩이나 종이컵은 두루마리 화장지나 곽 티슈로 재활용되므로 용도에 맞게 폐지와 우유 팩 등을 따로따로 묶어 배출하면 좋다.
     
    "깨끗한 바다 함께 가꿔요"
    (제주=연합뉴스) 제주시 조천읍 함덕해변에서 페르노리카코리아 주최로 열린 '위 세이브 투게더(We Save Together)' 캠페인에서 참가자들이 바다 정화 활동을 하고 있다. 2017.7.21 [연합뉴스 자료사진]
     
        ◇ "쓰레기 발생 원천적으로 줄여야"
        요일별 배출제를 비롯한 제주도의 쓰레기 정책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다.

        넘쳐나는 쓰레기로 인한 갈등이 도내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새로운 광역폐기물 처리시설인 제주환경자원순환센터가 들어서는 제주시 구좌읍 동복리다.

        주민 스스로 혐오시설을 유치한 모범사례로 평가받으며 지난해 3월 착공했지만, 내년 1월 준공을 앞두고 지역주민들의 반발로 공사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주민들은 쓰레기 소각과정에서 나오는 열을 농사에 활용할 수 있는 폐열관로 설치를 약속할 때까지 단체행동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도에서는 주민과 체결한 협약서 내용을 모두 이행한 상태에서 더는 수용하기 어렵다며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도내 9개 매립장 중 가장 큰 봉개매립장을 비롯한 서부·동부·색달 매립장등 4곳이 93∼99%의 매립률을 보여 만적(滿積)이 임박한 상태라 공사 지연으로 인한 준공이 늦어진다면 쓰레기 처리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제주시 봉개동 쓰레기 매립장
         [연합뉴스 TV 제공]
     
        이처럼 코앞에 닥친 갈등뿐만 아니라 요일별 배출제의 시행으로 쌓인 주민 불만을 잠재우고 동참을 끌어내야 하는 과제도 남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적으로 쓰레기 발생량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데 있다.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제주가 수용할 수 있는 쓰레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 쓰레기 발생을 줄이기 위한 제2, 제3의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고희범 제주시장은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회견에서 "쓰레기가 일상을 덮고 있다. 쓰레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절감하고, 재사용·재활용 극대화, 매립 없는 소각이라는 3대 대원칙을 정해 업사이클링 센터를 운영하는 등 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영웅 제주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생활폐기물 관리 정책이 단시일 만에 효과가 나기는 쉽지 않지만, 그렇다고 제주도가 많은 예산과 인력을 들여 쓰레기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쓰레기 감량은 행정뿐만 아니라 도민과 관광객 모두가 문제의 심각성을 절감하고 불편하더라도 분리배출에 신경 쓰는 실천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주 여행 쓰레기로 제작한 기념품 '메아리통'
         [연합뉴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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