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들에 둘러싸여 편안한 임종
장남 부시와는 스피커폰으로 통화
지인들 “천국서 부인과 재회 고대”

▲ 미국의 조지 H. W. 부시(왼쪽) 전 대통령과 아들인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2013년 4월 텍사스주 댈러스에서 열린 조지 W. 부시 기념관 헌정식에서 나란히 앉아 악수하며 활짝 웃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주 멋진 아버지셨어요. 사랑해요, 아버지”(아들 부시), “나도 사랑한단다”(아버지 부시)

지난달 30일밤(현지시간)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난 조지 H.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사람은 장남인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었다고 미 뉴욕타임스(NYT)가 1일 보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주 휴스턴의 자택 침대에 누워 있었고 같은 주 댈러스 자택에 있던 아들과 스피커폰으로 연결됐다. 아들 부시는 아버지에게 감사를 담아 마지막 인사를 전했고, 가족과 친구들에 둘러싸여 있던 부시 전 대통령은 “나도 사랑한다”며 세상에서의 말을 맺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임종 전 며칠은 아주 평화로웠다고 NYT는 전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오랜 친구이자 부시 내각에서 국무장관을 지낸 제임스 베이커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이 세상을 떠나던 날 아침 문병차 자택에 들렀는데 “우리는 어디로 가는 거지, 베이크?”라고 물었다고 한다.

베이커 전 장관이 “천국에 가죠”라고 답하자 부시 전 대통령은 “내가 가고 싶은 곳이야”라고 대답했다. 부시 전 대통령과 오래 알고 지낸 러셀 J. 레빈슨 목사는 부시 전 대통령이 지난 4월 세상을 떠난 아내 바버라 여사와, 1953년 세살때 사망한 둘째 딸 로빈의 곁으로 가고 싶어했다고 전했다.

레빈슨 목사는 “부시 전 대통령은 자신이 어디로 가는지, 거기서 누구와 같이 있게 될지 알고 있었음이 틀림없다”면서 “그는 바버라 여사와 로빈을 다시 만나기를 고대했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텍사스 A&M 대학 조지 H.W. 부시 도서관·기념관 부지에 묻힌 바버라 여사와 로빈 옆에 안장될 예정이다. 부시 전 대통령은 바버라 여사가 별세했을 때만 해도 지인들에게 아직 죽을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베이커 전 장관의 아내가 열흘 전쯤 찾아와 “백 살까지 살고 싶으세요?”라고 묻자 부시 전 대통령은 “그렇죠. 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을 것 같지 않아요”라고 답했다고 한다.

임종 사흘 전인 27일에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일정이 있어 근처에 들렀다가 문병을 오기도 했다. 별세 하루 전에는 음식을 먹지 못할 정도로 상태가 나빠졌지만 부시 전 대통령은 병원으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다음날 그는 약간 기운을 차려 평소 좋아하던 반숙 계란 3개와 요거트, 과일 음료를 먹었다. 성악가 로넌 타이넌이 들러 ‘고용한 밤 거룩한 밤’을 불러주기도 했다. 그러나 저녁 무렵 부시 전 대통령은 상태가 심각해졌고 결국 밤 10시 10분 아들딸과 손주, 지인 등에 둘러싸인 채 조용히 눈을 감았다.

레빈슨 목사는 “우리는 모두 그의 곁에 무릎을 꿇고 그를 위해 기도했다”면서 “아주 품위 있는 죽음이었다. 부시 전 대통령이 깊이 사랑받은 사람이라는 게 확실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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