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를 볼 수 없게 된다. 울산시의회가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예산을 전액 삭감했기 때문이다. 속기록을 하지 않은 ‘깜깜이’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결정에 따른 것인지라 분명한 삭감이유를 알기가 어렵다. 시의회 예결특위 회의와 관련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김모 의원이 “디지털비엔날레에 설치미술 항목이 있느냐”고 물었다. 울산시가 시립미술관 개관과 함께 디지털비엔날레 개최를 위한 기본계획 수립 연구용역 예산을 편성했는데 이 예산이 상임위에서 삭감되자 예결위에서 부활시키면서 디지털비엔날레에 설치미술이 포함되느냐고 물었던 것이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없이 예산을 삭감했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난다.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TEAF)는 2007년 탄생했다. 태화강을 예술이 흐르는 강으로 한단계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사명감에서 본보와 울산미술협회, 울산대학교 미술대학이 힘을 모으고 울산시가 예산지원을 한 것이다. 태화강은 울산이 공업도시로 급성장하는 과정에서 죽음의 강이 됐다. 다행히 2000년대 들면서 울산시와 시민들이 힘을 합쳐 태화강살리기에 나선 결과 생태하천으로 거듭났다. 생태하천 다음으로 가야할 길은 문화·예술의 강이다. 파리의 세느강이 세계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것은 시, 음악, 미술 등 예술작품이 수없이 탄생했기 때문이다. TEAF는 ‘예술이 흐르는 태화강’을 위한 획기적인 발상이었던 것이다.

지난 12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여름 태화강변에는 국내외 미술작가들이 모여들었다. 한해 적게는 30명, 많게는 100여명의 예술가들이 태화강을 찾아 미술작품을 설치한 것이다. 강익중, 최정화, 육근병, 김구림 등 세계적으로 이름난 국내작가는 물론이고 외국작가들도 매년 3~10명이 참여했다. 12년동안 참여작가만 해도 700여명에 이른다. 지자체가 주최하는 지역축제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은 예산이지만 참여작가나 관람자들의 숫자, 인터넷 등을 통한 외지인들의 호응도는 그 어떤 행사에 비할 바가 아니다. 올해 미술제를 감상한 한 블로거는 “울산에, 야외에, 이렇게 멋진 전시회가 열린다는 것이 새로웠고, 문화예술의 도시로서 한걸음 더 다가갈 수 있는 발판이 아닐까 한다. 생각보다 굉장히 재미있었던 태화강국제설치미술제 2018, 돌아올 2019년 전시회도 매우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또다른 블로거는 “주말에 정말 많은 인원이 태화강대공원 데이트도 하고 작품도 감상하며 다녔다. 개인적으로도 이런 작품들이 매일매일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년 설치미술제도 정말 큰 기대를 하고 있다”고 했다. 아쉽게도 이제 그 기대감에 아무런 답을 해줄 수가 없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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