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기관, 주취자-노숙인 판단 인수 거부…직무유기로 맞고발

울산시 운영 노숙인 자활센터, 오후 11시~오전 6시 입소 불가

감정싸움에 골 깊어져 대책마련은 뒷전…시가 해법 제시해야

#지난달 4일 자정께 온양파출소 야간 당직팀은 술에 취한 노숙인 A씨를 울주군청 당직실에 인계하려 했다. A씨가 술을 마셨지만 실질적인 거주지가 없어 노숙인에 해당하는 만큼 군이 A씨를 보호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울주군 당직팀은 A씨가 술에 취했기 때문에 주취자에 해당하고, 주취자 보호는 매뉴얼상 군청 소관이 아니라며 인수를 거부해 실랑이를 벌였다. 이후 온양파출소 측은 인계를 거부한 군청 당직자들을 직무유기 혐의로 울주서에 고발했고, 군은 지난 4일 당시 당직근무했던 온양파출소 직원들을 같은 혐의로 검찰에 맞고발했다.

노숙인 보호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울주군과 울주경찰서가 법적 공방에 들어갔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행정과 경찰이 대안 마련에 앞서 책임 소재부터 따지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는 가운데, 심야 노숙인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울산 울주군과 울주경찰서에 따르면 두 기관은 심야에 발견되는 노숙인 보호 문제로 지속적인 갈등을 빚고 있다. 늦은 밤 주로 발견되는 노숙인은 대부분 술에 취한 상태여서, 주취자와 노숙인에 대한 구별이 어렵고 이를 보호할 기관도 마땅치 않아 문제가 잇따르고 있다.

군은 노숙인이 발견되면 시에서 운영하는 노숙인 자활센터에 인계하거나 귀향비를 지급한다. 그러나 오후 11시에서 오전 6시 사이 발견되는 노숙인은 시 노숙인 자활센터가 문을 닫아 입소가 불가능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A씨의 보호 문제와 유사한 사례가 올 들어 6건가량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제도상 허점이 분명해 행정기관과 경찰이 매뉴얼 개선을 논의해야 하지만 이미 감정 싸움으로 골이 깊어져 대안 마련은 뒷전이 된 모양새다. 결국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하는 기관들이 책임 소재를 놓고 네탓 공방만 한다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와 관련, 기초지자체와 경찰의 여력이 부족한 만큼 광역지자체인 울산시가 노숙인 문제를 관망하지 말고 해결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은 노숙인 위기대응 콜센터를 24시간 운영하고, 부산 역시 24시간 노숙인센터를 운영하는 것처럼, 같은 광역지자체인 울산시도 기초지자체나 경찰 등에 책임을 떠넘기지 말고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인호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울산지역본부 사무처장은 울산시가 나서서 노숙인이 집중 발생하는 심야 시간대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한 현행 노숙인 자활센터의 운영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처장은 “울산은 부자도시라 하지만 자체 복지정책은 없고 타 시도 정책을 따라 하기 급급한데 노숙인 보호와 관련해서는 그마저도 제대로 따라가지도 못하는 상태”라며 “해결 주체인 울산시가 기초지자체 및 경찰·소방 등이 참석하는 자리를 만들고 센터 24시간 운영 등 해법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춘봉기자 bong@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