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시대 희망을 안고 출범한 시의회는
건전한 비판 수용하며 상생해야하는
막중한 시대적 책무에 부응해야

▲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자유민주주의의 요체는 입법·사법·행정부 등 3권분립이며,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분야가 언론으로 이른바 제4부라 한다. 이들 4부의 균형과 견제가 무너지면 민주주의가 붕괴된다. 그 중에서도 국회와 언론은 상호 견제를 하면서도 같은 목적지를 달리는 동반자일 때가 많다. 국회의 원래이름이 ‘국민대표자회의’이고, 언론이 ‘의견과 논의를 전개하여 여론을 형성하는 기관’인 것에서도 두 기관의 상호보완적 역할이 짐작된다.

국회와 언론은 때론 우리 사회를 지킨 버팀목이다. 서슬퍼런 박정희 유신독재와 폭압정권의 대명사 전두환 신군부 당시 입법부내 ‘친박정희’ ‘친전두환’ 패거리들이 권력을 지렛대삼아 물불 가리지 않고 국회의사당을 활보했지만 그들의 종착역이 비참했던 것은 그들에 맞서 싸워온 정치인과 언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살아있는 정권 ‘박근혜 청와대’가 하루아침에 침몰한 것 역시 정의로운 의회민주주의와 의식있는 언론의 역할이 있어 가능했다.

울산시의회는 ‘작은 국회’다. 국회의 모델을 준용한 지방의회 조례에 의해 운영되기에 시의회는 시민의 권한을 사실상 위임받은 것이다. 특히 도덕성과 양심을 담보하는 의원윤리강령은 매우 엄중하다. 울산시의회는 22명의 의원 가운데 20명이 초선이다. 초선은 장점과 단점이 뚜렷하다. 본래의 취지와 목적을 준수하는 초심을 바탕으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장점이라면 자칫 섣부른 열정으로 사실을 호도하고 왜곡할 우려가 있다는 것이 단점이다. 특히 공직에 나선 사람은 스스로 절제하지 않으면 그 단점이 스스로에게 독약이 될 뿐아니라 주변사람들에게 고통을 주게 된다.

의정비 인상을 주장하는 등으로 주민들에게 실망을 안겨주었던 울산시의회가 내년도 예산심의에서 ‘감정적’ 심의결과를 내놓는 바람에 지역사회에 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들의 뜻대로 의정비를 인상하지 못한데 대한 불만을 예산심의에 반영해 십수년째 계속되고 있는 울산의 대표적 문화행사의 예산을 전액삭감해버렸다. ‘그 나물에 그 밥’인 수많은 축제와 비교하면 너무나 적은 예산으로 울산의 품격을 한껏 높여왔던 국제적 미술행사가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된 것이다. 미술애호가는 물론 태화강에 펼쳐진 설치미술을 보며 창의력을 키워왔던 어린이와 학생, 국제적 작가와 교류를 해왔던 지역미술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시의회 예산결산위원회가 전체회의에서 정정당당하게 설득력을 갖고 합리적 이유를 들어 삭감하고 그 내용을 속기록으로 남겼다면 누가 반문하겠는가. 주민여론 수렴이라든가 문화행사 통폐합이라든가 최소한의 기준도, 아무런 논리도 없이 ‘무조건 삭감해야 한다’는 주장만 있었다고 하니 의원의 기본적 자질이나 초선의 섣부름을 말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공공의 이익을 우선하며 법과 양심에 따라 직무를 수행하여 신뢰받는 의원상을 구현한다’라는 취임선서는 벌써 잊어버렸는가. 의회민주주의 운영은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책임과 의무, 윤리성 담보가 절대적이다. 그에 걸맞은 책임감을 먼저 갖추어야 하는 것이다.

지난해 5월 박근혜 청와대의 몰락과 함께 촛불혁명으로 출범한 문재인 정부와 송철호 울산시정부는 국민과 시민들의 지지와 기대에 부응해 출범한 정부다. 비록 절대 다수 초선의원이지만 울산시의회 역시 시민들의 기대와 희망을 안고 출범한 선진의회다. 시민들과 상시 소통해야 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부당한 사안에 대해서는 비록 ‘껄끄러운’ 시민단체나 언론과도 건전한 비판과 대안을 제시하며 상생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야 하는 막중한 시대적 책무가 있다.

‘6·13지방선거’에서 울산시민들이 아무런 경력도 없는 그들을 용기있게 선택했건만 그들은 무엇에 눈이 어두워 시민정신을 외면하고 시대정신을 훼손하려는가. 이제 겨우 6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2019년 새해가 머지 않았다. 국가경제는 물론 울산경제도 반토막 상황이다. 함께 힘을 모아도 모자랄 판국에 부질없는 감정으로 시민들로부터 부여받은 예산심의권을 남용할 때가 아니다. 하루 속히 이성을 되찾기를 바란다. 김두수 정치부 서울본부장 dusoo@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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