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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기획특집정명숙의이슈인터뷰
[정명숙의 이슈 인터뷰]“합리적 논증과 스스로 답 찾는 철학적 훈련, 어릴때부터 필요”(17) 김남호 철학박사·‘철학자가 된 셜록홈즈’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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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12.17  21:2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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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남호 박사는 건강한 사회를 위해서는 어릴 때부터 철학적 훈련과 철학 교육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김동수기자

모두에게 ‘철학적 훈련’ 필요
논증 제시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사회 정의 세우고 진리 쌓아가는 역할

성향·기질 넘어서는 ‘숙고’
선천적 기질은 쉽게 바꾸기 어렵지만
독서·놀이로 ‘건강한 뇌’ 가질수 있어

중2때 철학자 되겠다 결심
질문 너무 많아 문제아로 여겨졌던 나
논증 작업 필수인 독일서 즐겁게 공부


국내 학자가 쓴 최초의 심리철학 입문서 ‘철학자가 된 셜록홈즈’는 형이상학을 논하는 어려운 책이지만 꽤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제목이 호기심을 자극하는데다 추리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어 의외로 재미 있게 읽힌다. 저자는 울산사람, 김남호 박사다. 그는 독일에서 10여년 공부 끝에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고향 울산으로 돌아왔다. 울산대학교에서도 강의를 하고 지역 중고등학생과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철학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우리가 익히 아는 유명 철학자들의 이론을 전달하거나 해석하는 교양으로서의 철학이 아니다. 토론하고 논증하는 습관, 즉 철학적 훈련이 우리 모두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그의 소신이다. ‘철학이 밥 먹여주나’라며 물질만능의 시대를 바쁘게 달리기만 하는 우리, 잠시 숨을 고르고 ‘인간이 무엇인가’라는 근원적 질문을 해야 할 때다. 이슈인터뷰가 김남호 박사를 초대한 이유이다.



△심리철학이 우리나라에서는 다소 생소하다. 왜 심리철학인가.

“최근 영미권에서 ‘필로소피 오브 마인드(philosophy of mind)’라고 함으로써 마치 현대철학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고대 그리스부터 시작된, 역사가 2000년이 넘는 형이상학의 한 분과가 심리철학이다. 심신 문제, 즉 전통적으로는 영혼과 신체의 관계를, 현대적으로는 의식과 두뇌의 관계를 탐구한다. 결국 ‘인간은 무엇인가’라는 궁극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나가는 학문이다.”

△답이 가능한 문제인가.

“인간이 어떤 존재인가를 이야기하는 것은 언제나 흥미롭다. 흥미롭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삶의 문제와도 연결된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라는 주제는 법적·사회적 책임문제와 연결된다. 누군가 범죄를 저질렀을 때 비난하고 책임을 물으려면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앞으로 사회문제가 될 수 있는 인공지능에 책임을 물을 수 있느냐는 문제도 과학과 철학이 함께 고민해나가야 하는 분야이다. 논증을 제시하고 설득력이 어느 쪽이 더 높은가를 따져 묻는 과정을 통해 사회의 정의를 세우고 진리를 견고하게 쌓아갈 수 있다. 절대 진리가 아니라 철학적 입장을 내놓는 것이다.”

△‘철학자가 된 셜록홈즈’라는 철학입문서를 펴냈다. 탐정의 대명사인 ‘설록 홈즈’를 불러들여 철학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철학에 대한 문외한일지라도 보다 깊은 논의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가교 역할을 하기 위한 책이다. 영혼이 존재하느냐, 자유의지는 무엇인가. 행위는 무엇인가. 마음의 상태는 그 자체로 어떤 인과적인 힘을 행사하는가,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동일한 나인가 등 심각한 철학적 주제를 코난도일(Sir Arthur Conan Doyle)의 추리소설 ‘셜록 홈즈’의 형식을 빌려 흥미롭게 읽을 수 있도록 썼다.”

△책에서 말하는 중요한 주제 몇가지만 언급해보자. 먼저 영혼은 있는가.

“이 책에서는 영혼이 없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현대철학의 흐름을 반영하는 것이기도 하다. 19세기 피니어스 게이지의 사례가 심신의 일원론과 이원론을 설명하는 좋은 사례가 된다. 게이지는 미국 버몬트주에서 철로를 놓는 공사 중 전두엽이 손상되는 사고를 당한 다음 침착하던 성격에서 무질서하고 충동적으로 바뀌었다. 전두엽이 손상되면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을 상실하게 된다. 영혼이 있다면 전두엽 손상으로 성격변화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이다.”

△인간에게 자유의지는 있는가.

“있다는 입장이다. 뇌과학과 생물학의 연구성과에 의하면 기질은 어린시절에 형성된다. 성인이 된 후 노력으로 바꾸기는 힘들다는 입장이 강한 결정론이다. 그렇다면 자유의지는 없다. 자유의지가 없다면 범죄를 저지른 범인에게 책임을 물을 수가 없다. 성향과 기질의 영향을 받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 우리는 숙고(熟考)라는 작용을 통해 기질을 넘어 설 수 있는 능력을 갖는다. 이것이 자유의지다. 이런 능력은 하늘에서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어린시절 스마트폰이 아니라 독서와 놀이를 통해 건강한 뇌를 가지도록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과연 인공지능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조건을 충족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다. 그 조건이라고 하는 것은 자기의식이다. 스스로 어떤 행동을 하는지 인식하고 있어야 한다. 1인칭시점, 즉 나만의 관점으로 세상을 체험할 수 있다는 전제가 없다면 인공지능은 프로그래밍에 의한 물질일 뿐이다. 개인적으로는 인공지능이 마음을 획득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회의적 입장이다.”

△이 시대에 심리철학이 반드시 필요한가.

“철학은 혁명적이다. 우리 사회와 교육이 철학에 대한 무지 때문에 철학의 혁명성을 묻어버렸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살인을 한 것도, 혁명을 일으키려고 준비를 한 것도 아니다. 단지 의미와 근거를 물었을 뿐인데 사형을 당했다. 철학의 혁명성 때문이다. 철학이 본연적으로 갖고 있는 혁명성과 야성을 잃어버리면 철학으로서 기능을 할 수가 없다.”

△우리나라 철학이 고대 철학자들의 텍스트를 연구하는 선에 머물러 있는 것 같다.

“고전만 읽고 뭔가를 할 수 있다고 해서는 안 된다. 문과·이과를 나누는데서 실수가 시작됐다. 철학사에 이름을 올린 철학자의 작업 방식을 보면 알수 있다. 이데아론의 플라톤은 수학의 대가였다. 플라톤을 벗어나 독창적 철학을 내놓은 아리스토텔레스는 생물학자였다. 데카르트는 실체이원론자로 생리학의 대가였다. 개별과학이 어디까지 말할 수 있을까를 통찰하고 그것을 뛰어넘으면서 철학으로 발전했다. 철학은 의미와 근거를 묻는 활동이다. 개별과학과 담을 쌓은 철학은 더 이상 빨아먹을 수액이 없는 뿌리와 같다. 시대와 동떨어진 물음을 묻게 되고 심신수양이나 교양의 차원에 그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대학에서 철학과를 졸업했음에도 독일 가서 학부부터 다시 시작한 이유는.

“진짜 공부를 하고 싶었다. 독일과 우리나라 대학은 커리큘럼이 완전 다르다. 1학년부터 4~5과목의 세미나를 듣고 과목당 A4 용지로 13장이나 되는 논문을 제출해야 점수를 받을 수 있다. 독일 대학은 입학은 쉬우나 논증을 스스로 개발하고 보여주는 작업에서 살아남아야 비로소 졸업이 가능하다. 철학, 인문학은 물론이고 예술학과까지도 같은 방식이다.”

△독일은 초·중·고등학교에서 철학을 하는가.

“철학이란 과목이 없어도 모든 교과과정의 밑바탕에 철학이 깔려 있다. 초등 때부터 주장이 뭐냐 근거가 뭐냐를 묻고 토론하고 쓰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철학적 사고가 몸에 배게 된다.”

△독일에서 공부가 힘들지 않았는가.

“신학대학을 다니던 외삼촌의 집에서 우연히 철학서적을 본게 된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철학자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한국 학교에서는 질문이 많아서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 없는 문제아였지만 독일에서는 마치 어린아이로 되돌아간 듯 즐겁게 공부했다.”

△질문에 대한 답이 그곳 학교엔 있었나.

“답이 있는게 아니라 답을 스스로 찾도록 도와 주었다. 남들이 만든 지식을 먹기만 하다가 직접 발견하고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이 성스럽기까지 했다.” 정명숙 논설실장 ulsan1@ksilbo.co.kr



▶김남호 박사는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철학자를 꿈꾸었다. 유난히 질문이 많았던 그는 주입식 교육에 적응하지 못해 방황하다가 울산대 철학과를 입학, 졸업했다. 독일로 유학, 브레멘대학교 학부과정에 입학하여 철학과 예술학을 전공했다. 독일 본대학 철학 석·박사통합과정에 입학, 박사학위(2017)를 받았다. 2012~2015년까지 3년동안 독일 생명윤리학술센터(DRZE) 연구원으로 일했다. 2016년부터 울산대학교 철학과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주요논문 ‘창발적 이원론은 데카르트 이원론을 극복하였는가’(인간연구 제32호) ‘강한 결정론과 그 대안으로서 합리주의적 양립론’(인간연구 제33호), ‘인격, 인간인격, 그리고 인격 동일성’(인간연구 제34호), ‘확장된 자아는 도덕적 주체일 수 있는가’(철학연구 제144호).

저서 <철학자가 된 셜록홈즈>(필명 리브김, 새물결플러스). 역서 <철학의 이해>(김보현 이상엽 외 공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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