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소규모 건축 활성화 방안은
현실 동네건축과는 평행선 그은듯
골목의 소소한 건축적 특색 살려야

▲ 손진락 전 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 회장

우리나라의 건축에 대해 이런 저런 안타까운 마음을 가지고 있던 중 모처럼 건축에 대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건축 토론회에 참석하게 되었다. 얼마 전 대한건축사협회 주관으로 국회의원회관에서 ‘동네건축의 혁신’이라는 대국민 건축 토론회였는데 우리나라의 93% 이상을 차지하는 소규모 건축 즉, 동네건축이 국민의 삶에 끼치는 영향이 크므로 전문가들에게서 방법을 찾고자 하는 자리였다. 건축 산업 중 동네건축(소규모 건축)이란 건축연면적 1000㎡ 미만의 건축물이라고 통상적으로 얘기하며 국민 삶의 질을 결정할 수 있는 산업현장이며 국민들의 경제활동의 현장이다. 하지만 환경적으로 소규모 민간건축은 취약한 설계 구조를 안고 있다. 저가의 설계비로 인한 도면의 수준이 미흡해 지고 시공 또한 건축주 직영공사로 부실 공사의 여지도 있으며, 면허 대여자의 시공으로 인해 안전을 위협 받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의 피해사례 분석 결과 부실공사로 인한 하자발생 등 피해가 66% 이상을 차지하며 무등록자가 시공한 하자 등이 74.3%라고(건설경제 2017.12.11)한다. 최근 이러한 대안으로 건축연면적 200㎡ 이상의 건축물은 종합건설업면허를 가진 자가 건축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과연 200㎡ 이상의 모든 건축물을 종합건설업면허를 가진 자가 빠짐없이 올바른 시공과 감리의 과정을 거칠 수 있을지 의문이 간다. 전국 종합건설업 시공사의 수는 약 9500업체로 한 해에 쏟아지는 평균적인 물량들을 어떻게 해결할지 대안도 없는 상황에서 법이 환경을 앞서가고 있는 것이다.

이미 이러한 문제로 인해 국가정책위원회에서도 하급시장은 어느 사회에서도 존재하는 현실이라고 인정하여 일부라도 생산과정을 정상화하여 중급시장으로 견인하는 정책을 펼 생각을 갖고 있다고 하니 기대해 볼 수밖에는 없다. 또한 소규모 공공건축물 역시 건축기획 능력이 취약한 관공서에서 용도별로 소관부서에서 기획하여 설계와 시공의 발주가 되고 있으며, 설계용역의 81%(건축도시공간연구소 자료)가 가격입찰로 진행되어 설계가 단순노동으로 취급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정은 부실 생산주체 시장을 형성하도록 빌미를 주는 것인데 향후 설계비 1억원 이상의 건축물은 설계공모를 의무화하고 지방정부의 공공건축사업 기획ㆍ관리역량 강화를 위해 총괄건축가 제도와 공공건축가 제도를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이처럼 국가에서도 소규모 건축의 활성화와 그 효과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지만 필자가 왠지 모르게 현실과 괴리가 느껴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자는 언제나 집 인근이나 타 시도로 이동 할 때 대중교통을 자주 이용하는데 일정 구간을 도보로 이동할 경우 동네 골목길을 자주 걷게 된다. 외국여행에서도 시간이 되면 호텔주변 동네 골목길을 걸으며 소규모 건축물과 입점된 상가를 보면서 이색적인 경험과 느낌을 즐기게 된다. 바로 이런 골목에서 볼 수 있는 작은 건축적 요소들이 주는 소소함과 국가에서 그리는 커다란 건축 정책은 영원히 마주치지 않을 평행한 직선처럼 느껴진다.

국가의 부동산 정책도 그 혜택이 절실한 서민들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주택 가격안정을 목적이라고 천명하고 펼치는 부동산 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그 목적은 온데간데없이 서민들에게는 더욱 힘든 경기가 이어지고 있다. 부동산세를 늘리고 주택담보 대출을 규제하는 것이 활로가 되었더라면 이미 지난 정부들에게서 그 해법을 찾았을 터, 지금까지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는 서민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간접적인 경제 효과를 간과하고 부동산을 많이 가진 자에게서 세금을 많이 걷고 투기를 막기 위해 대출을 규제하는 직접적인 제제에서 방법을 찾으려하기 때문이다.

오늘 우리가 걸어 다니는 골목과 동네가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흔한 곳이 아니라 보잘 것 없는 골목이라 하여도 특이한 상점들로 채워져 건물의 다양한 입면과 외부공간의 활용, 내부인테리어 디자인 그리고 색채를 볼 수 있다면 바로 우리 동네에서부터 ‘동네 건축의 봄’이 시작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손진락 전 대한건축사협회 울산광역시 회장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