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방송 ‘탈곡기’ 윤종신
특정 가수 위한 곡 만들고
전달·거절 과정까지 담아
BTS로 시작, 팝스타도 타깃

▲ 유튜브에서 1인 방송 ‘탈곡기’를 시작한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 연합뉴스

가수 겸 프로듀서 윤종신(49)이 ‘월드 클래스’ 방탄소년단을 위한 곡을 만든다. 재미있는 점은, 방탄소년단이나 소속사와 아무런 사전 협의가 되지 않았다는 것. 보통 작곡가는 가수의 의뢰를 받아 작업한다는 점에서 다소 엉뚱하다.

그는 이 과정을 유튜브 채널 ‘월간 윤종신’에서 1인 방송으로 보여주고 있다. 방송 제목은 ‘탈곡(曲)기’. 곡식 껍질을 벗기는 농기계 탈곡기는 요즘 세대엔 친숙하지도 않다. 낟알을 떨어내듯 ‘곡을 탈탈탈탈 턴다’는 의미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작업실에서 만난 그는 “저도 방송에서 ‘구독’ ‘좋아요’를 눌러달라고 하게 되더라”고 웃었다. 그는 이 공간에서 1인 방송을 하고 있다.

‘탈곡기’를 통해 본격 ‘유튜버’가 된 윤종신은 방탄소년단을 시작으로 본인이 ‘픽’한 가수에게 줄 곡을 ‘무턱대고’ 작업한다. 그 대상은 에드 시런, 샘 스미스, 비욘세 등 “평생 만날 일 없을 듯한” 세계적인 팝스타까지 제한이 없다. 팝스타의 경우 완성곡을 전달하고 거절당하는 과정까지 가감 없이 보여줄 예정이다.

지난달 23일 첫 방송을 시작으로 5편까지 공개되자 ‘월간 윤종신’ 채널 구독자 수는 약 5만명이 늘어 13만 명을 돌파했다. 번역 플랫폼을 통해 외국어 자막으로도 볼 수 있어 글로벌 ‘아미’(방탄소년단 팬클럽)들의 응원 댓글이 쏟아진다.

다음은 윤종신과의 일문일답.

­1인 방송을 시작한 이유는.

“방송은 불특정 다수에게 모든 걸 맞춰야 한다. 난 그 기획의 플레이어로 나간다. 그러나 1인 방송은 의미를 부여할 필요 없이 내게 특화한 걸 한다. 내가 꾸린 콘텐츠에 맞는 사람이 ‘구독’과 ‘좋아요’를 결정해 누른다. 최대한 나와 취향이 맞는 사람과 1대1로 만나니 일종의 직거래다.”

­첫 프로젝트 주인공이 방탄소년단인 이유는.

“의도적인 캐스팅인 걸 인정한다. 로컬이란 점을 빼면 세계적인 아이콘 아닌가. 한글 가사를 쓸 수 있다는 점도 좋다. 중요한 점은 ‘방탄소년단을 위해 작업했다’이지, 그들이 곡을 받아야 한다는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다고 꼭 말하고 싶다.”

­음악적인 상상을 떠올리게 하는 해외 팝스타는 누가 있나.

“두 번째는 에드 시런이 될 것 같다. 또 빌리 조엘을 좋아하고 샘 스미스도 최근 내한 공연을 보고서 좋았다. 비욘세, 브루노 마스 등 너무 많다.”

­재미있게도 세계 시장 문을 두드리는 셈인데, 그들에겐 어떤 방식으로 곡을 전달하나.

“완벽한 데모가 만들어지면 내한할 때 찾아가거나, 오피셜 이메일로 보내거나, 음반유통사에 전화하는 방식 등이다. 일본 뮤지션이면 국내 관련 기획사의 도움도 얻을 생각이다. 음반유통사에 전화할 땐 방송에서 수화기음도 물린다.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보이면 재미있을 것 같다.”

­보통 작곡가들이 거절당해도 된다는 생각을 갖기란 쉽지 않은데.

“자신감은 아니다. 거절확률이 99%라고 본다. 기본적으로 작곡가는 리젝트 당하는 인생이다. 그걸 통과한 것이 세상에 나가 반응을 얻는다. 내 곡이 언제든 오케이 되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린 이렇게 만든다는 것이다. 거절당하면 프로젝트 실패라고 알릴 것이다. 물론 저도 거절당하면 상처받지만 대신 빨리 잊는다.”

­실패한 곡들은 어떻게 하나.

“어떻게든 소화할 생각이다. 내가 부르거나 소속사 가수들, 아니면 고맙게 받을 사람을 찾을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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