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둡고 무겁고 무서운 뉴스가 너무 많다고들 한다. 거의 모든 매체가 대동소이하겠지만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도 곤혹스럽다.

 미담기사를 많이 발굴해 최대한 실으려는 마음은 앞서지만 막상 하루 하루 뉴스를 분류하다 보면 뜻대로 되지않는 날이 많다. 미담기사 발굴 노력이 미흡한 탓이라는 자책도 해보지만 눈에 띄는 미담기사감이 흔치 않은 측면도 있다.

 지난달 31일 열린 본보의 독자위원회 회의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있었다. 한 독자위원은 "송장기사"(사망관련 사건사고기사)를 줄이라고 주문했다. 또다른 독자위원은 "세상 살맛나는" 미담기사 발굴과 소외계층에 대한 지면 배려를 당부했다.

 독자위원들의 이런저런 요구를 새겨듣고 반영해야 한다고 다짐했건만 하룻만에 여의치않은 현실이 닥쳤다. 세 자녀를 13층 아파트에서 던지고, 자신도 뛰어내리는 죽음을 택한 한 어머니와 자녀의 비극에 대한 전국민의 아픈 기억이 가시기도 전에 울산에서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생계형 자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통감하지 않을 수 없고, 매년 증가일로인 자살을 줄일 수 있는 사회안전망 구축이 참으로 급하다는 위기의식과 그 무게를 어떻게 가볍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자살 외에도 남에게 물질, 정신 양면으로 엄청난 타격을 주는 범죄행위는 유형조차 가리기 힘들 정도다.

 무겁고 어두운 일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정치권을 보면 미래에 대한 비전은 찾아보기 어렵고 음모론, 갈등, 마찰 등이 연일 논란거리가 되고 있다. 서민층의 생활고가 이만저만이 아닌 현시점에서 대폿집 "안주감"으로 오르내리는 데는 적격일 지 모르나, 그 이상 무슨 의미가 있는 지 정치권의 갈등과 마찰은 일상화된 듯한 느낌이다.

 경제를 보면 더욱 우울한 소식 일색이다. 울산만 하더라도 국내 최대사업장인 현대자동차의 노사분규가 장기화 국면이고, 협력업체와 소상공인 등의 분규해결을 바라는 목소리가 하늘을 찌르는 듯하다. 식당, 술집, 유통업계는 물론 고물상과 대리운전업 등 불황을 타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여서 민심이 원성일색으로 변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대차 분규라도 해결되면 가뭄에 단비 같은 희소식이 되고도 남을텐테, 이래저래 이번주 협상 및 타결을 기대하는 시민들이 넘쳐나고 있다.

 정말이지 지역적으로나 국가적으로 위기라는 걱정어린 말들은 많은데 뾰족한 해결책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빈부격차는 심해지고 계층간 갈등은 깊어지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소해야 하는 지 앞장서는 이들은 많지 않아 전망마저 불투명하다. 특히 선거철엔 국민통합과 화합에 적임자라고 외친 그 많은 목청들이 아직도 귓전에 남아있는데 막상 당사자들은 이를 이행하는 지, 역행하는 지 분별하기조차 어렵다.

 계층간 갈등이 더욱 심화된다면 망국병으로 불리우던 지역감정 보다도 더 심각한 상황을 맞을 것이란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자칫 지역감정을 제대로 치유하지도 못한 채 또다른 망국병이 만연됐다는 지적이 나올 법도 하다.

 그런데도 이를 치유하고 해소하는 일에 앞장서야 할 사람들, 즉 정치지도자를 비롯해 지역유지로 통하는 사회지도층 등의 인식에는 큰 변화를 읽기가 어렵다. 역설적으로 정치지도자, 사회지도층 등을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풍토 역시 뒷걸음질 치고 있어 국민화합과 통합에 걸림돌이 되고 있는 양상이다.

 그러나 국가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국민통합과 화합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것을 잊지않아야 한다. 싸움과 투쟁 보다는 사랑과 봉사가 넘치는 세상이 살맛나지 않는가. 이를 위해 겸양의 미덕이 확산되었으면 한다. 제 주장을 낮추는 겸손, 철회할 줄 아는 양보는 적어도 주위를 밝게 하는데 부족함이 없다. khsong@ks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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