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지역 경기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현대중공업의 노사협상 타결 소식이 조만간 전해질지 관심이다. 회사측이 20일 28차 교섭에서 ‘파격적’인 제시안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노조측은 일단 ‘속빈 강정’이라며 불만을 표시했지만 투쟁을 이어가긴 쉽지 않아 보인다. 3년연속 연내 협상에 실패한 탓에 더 이상 조합원들의 투쟁동력을 끌어내기가 힘든데다 울산시민들의 피로도도 높아져 여론악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회사측의 제시안이 조합원들의 공감대를 얻어낼만큼 설득력이 높다는 것도 중요한 이유이다.

회사측 제시안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대목은 ‘고용불안 해소’다. 회사측은 해양공장 가동중단으로 유휴인력 문제가 여전한 상황이지만 내년말까지 전환배치를 통해 고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내년말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긴해도 수주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만큼 상당기간 고용이 보장될 것으로 추정하기는 어렵지 않다. 현대중공업의 인력감축이 지역경기에 미치는 영향이 컸던 만큼 고용 안정에 대한 약속만으로도 사실상 지역사회는 한시름을 덜게 됐다.

회사측은 20%의 임금반납 요청도 철회했다. 해양사업이 4년째 신규 수주가 없고 올 8월이후엔 아랍에미리트(UAE)의 나스르공사 1기만 남게 되면서 유휴인력이 5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회사측은 기본급 20% 반납으로 고통을 분담하자고 노조측에 요구했던 것이다. 임금반납 철회에 더해 △귀향비·생일축하금 등 월 6만6000원 기본급 전환 △생산목표 달성 격려금 100%+150만원 지급 △기본급 동결도 함께 제시했다. 노조는 “미진한 내용에 대한 추가제시를 요구하면서 투쟁과 교섭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불만을 드러냈으나 노조의 요구를 상당히 파격적으로 수용한 것만은 틀림없다.

지난 11월 취임한 한영석 사장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기도 하다. 한 사장은 취임 후 첫 행보로 노조를 찾은 이후 박근태 지부장을 3차례나 만났고 노사업무 전담 조직인 노사부문 폐지를 단행하는 등 노사관계 회복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이제 노조가 어떤 결단을 할 지 시민들의 눈길이 노조에 쏠리고 있다. 겨우 수주가 회복세로 돌아서고 있는데 기본급 7만3000원 인상 등을 내세우며 파업을 이어간다면 시민적 공감대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합원들의 파업참여율도 점점 떨어지고 있다.

올해 우리 조선업은 중국을 제치고 7년만에 신규수주 1위로 올라설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하지만 선박발주량이 줄어든데다 선가도 회복되지 않고 유가도 급락하고 있어 아직은 조선업 경기회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노사가 함께 일류기업 현대중공업의 명예회복을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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