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조사결과 정 회장이 서울 성북구 성북2동 330번지 자택을 나선 것은 3일 정오께. 가족들과 함께 점심식사를 한 뒤였다.
정 회장은 같은 날 오후 3시께 보성고등학교 동창생 박모(53·미국 거주·운송사업)씨를 모호텔 로비에서 만나 차를 한잔 하면서 대화를 나눴다.
정 회장은 이어 박씨와 함께 강남구 도산공원 부근 R 한식당으로 이동했고 식당에는 부인 현모(48)씨, 큰 딸, 정 회장의 손위 동서와 그 딸 등 모두 4명이 미리 기다리고 있었다.
정 회장은 이들과 오후 6시부터 2시간 가량 식사를 했고 가족들에게 먼저 돌아가라고 한 뒤 박씨와 함께 오후 8시께 청담동 W카페로 자리를 옮겨 술을 마신 것으로 나타났다.
정 회장은 박씨와 오후 11시께까지 약 3시간 동안 와인 2병을 나누어 마신 뒤 헤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 회장이 먼저 연락해 만난 두 사람은 사업과 관련한 별다른 얘기 없이 골프 등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술기운이 약간 오른 정 회장이 서울 종로구 계동 140의 2 현대 계동 사옥에 도착한 시각은 3일 밤 11시52분께.
집을 나온 뒤 박씨를 만나기 전까지 2시간 가까이 정회장이 무엇을 했는 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굳은 표정의 정 회장은 밤색 바지에 검은색 반소매 T셔츠를 입고 30분후 다시 내려온다고 사옥 보안직원들에게 얘기한 뒤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 회장실로 올라갔다.
경영난과 대북송금 및 현대비자금 수사에 대한 심리적 압박 등을 받고 있던 그는 회장실에 들어가자 문을 잠근 채 유서를 작성하며 마음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김윤규 현대아산사장과 부인, 자녀 3명에게 각각 남긴 A4용지 4장짜리 분량의 자필 유서는 집무실 내 원탁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유서는 급하게 휘갈겨 쓴 글씨로 작성돼 있어 회장실에 들어와 1시간 남짓한 시간에 모두 작성된 것으로 보인다.
30분 후에 내려온다던 정 회장에게서 아무 소식이 없자 보안요원 한 사람이 12시30분께 올라가 대기하며 기다렸고 보안직원은 정 회장이 술에 취해 잠들었다고 판단, 아래로 내려갔다.
그러나 정 회장은 회장실 문을 잠근 채 평소 차던 시계와 안경을 집무실 원탁 위에 벗어두고 가로 95㎝ 세로 45㎝의 집무실 창문을 열고 뛰어 내린 것으로 보인다.
투신 추정시각은 4일 새벽 1∼2시께.
정 회장은 현대 본사 사옥 뒤편 주차장 앞 화단에 쓰러진채 사옥 청소원 윤모(63)씨에 의해 4일 오전 5시40분께 숨진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정회장의 시신은 1.5ｍ 길이의 소나무 가지에 발목과 상체 부분이 가려진 채 똑바른 자세로 쓰러져 있었다.
윤씨는 바로 5시51분께 주차관리원 경모씨를 통해 변사체가 발견됐다고 119를 통해 신고했다. 이어 종로 경찰서에 변사체 발견 신고가 접수된 시각은 6시5분께.
경찰은 바로 당직 형사반을 출동시켰고 정회장 비서 최모씨 등 회사 관계자를 통해 오전 7시를 전후해 정 회장의 시신임을 최종 확인했다.
정 회장의 시신은 현장 감식을 위해 발견된 지 2시간 이상 계동사옥 현장에 있다 오전 8시10분께 서울아산병원으로 이송됐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