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택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 공동위원장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시지회장

울산경제가 갈수록 어렵다는 소리가 곳곳에서 들린다.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업종의 침체가 계속되기 때문이다. 특히 수년째 계속되는 조선해양산업의 불황 여파에 따른 현대중공업의 경영위기는 고스란히 동구뿐만 아니라 지역경제에 암울한 그림자를 드리웠다.

상당수의 협력업체들이 공장 문을 닫았고 희망퇴직 등으로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다. 부동산 가격은 폭락하고 동구 지역의 수많은 상가들이 폐업하거나 간신히 버티는 등 수년째 큰 위기를 겪고 있다.

이는 분명 회사와 지역민뿐만 아니라 회사에 몸담고 있는 근로자에게도 고통이자 인고(忍苦)의 시간임에 틀림없다.

다행인 것은 울산시와 동구청 뿐만 아니라 경제계까지 나서서 조선산업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힘을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일자리 희망센터를 만들고 조선업 특별고용지원업종과 산업위기대응 특별지역 지정이 연장되고 현대중공업의 정부 공공선박 발주 제한도 풀렸다.

현대중공업도 수년만에 수주 목표를 달성하는 등 시황이 개선될 기미가 보인다는 소식이 들려 여간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주 6개월 넘게 끌어온 2018년 임단협 교섭의 연내 타결을 위해 팔을 걷어 부치고 나섰다는 소식이 반갑기만 하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20일 교섭에서 회사 측이 새로운 제시안을 내놓았다. 밖에서 보기에 제시안 내용이 상당히 파격적이다.

우선 ‘고용 안정’을 약속했다.

현대중공업 해양공장은 지난 8월부터 가동이 중단된 상태로 1천명이 넘는 인력이 일감이 없어 교육을 받고 있다. 이처럼 유휴인력 문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회사가 고용을 보장하기로 했다니 무엇보다 반갑다.

또 기본급 20% 반납도 철회했다.

회사는 다 함께 고통 분담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기본급 반납을 요구했는데 새 제시안에서 이를 철회했다. 고통 분담보다는 연내 타결을 통한 노사 간 신뢰회복을 우선한 것으로 생각된다. 적지 않은 금액의 격려금과 함께 단협안 개정안도 포함됐다.

앞서 한영석 신임 사장이 취임 첫 행보로 노조를 찾는 등 수차례 노조위원장을 만나 불미스러운 일에 대한 사과 및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노조의 반응은 미온적이다.

회사의 제시안에 또 다른 현안으로 거부 의사를 밝히고 있다.

노조는 그간 ‘구조조정 중단, 기본급 반납 철회’를 요구해왔다. 그런데 회사가 요구사항을 대폭 수용한 제시안에도 노조는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는 노조가 임단협을 연내에 마무리하겠다고 밝혀온 것과 상반되며 연내 타결을 바라는 많은 조합원과 임단협의 연내 마무리로 울산경제에 다소나마 숨통이 트이길 기대했던 울산시민의 한결같은 기대가 무너져 애를 태우고 있다.

물론 회사 제시안이 노조가 느끼기에는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협상에서 100% 만족은 있을 수 없다. 회사와 노조가 서로 한발씩 같이 양보해 접점을 찾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현대중공업의 노사관계는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노조는 장기간 침체에 빠진 지역 경제를 감안해 과한 주장은 조금 내려놓고 임단협을 매듭지어야 할 시점이다.

최근 선박 수주가 다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누가 뭐래도 현대중공업은 자랑스러운 울산의 대표기업이자 세계 최고의 조선기업이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다시 화합을 이루면 모처럼의 수주 회복세에 힘입어 반드시 재도약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현대중공업 노사가 임단협 연내 타결로 그간의 갈등을 털어내고, 내년에는 부활의 뱃고동을 울리며 다시 울산경제를 힘차게 이끌어주길 울산시민 모두는 염원한다.

김택 행복도시울산만들기범시민협의회 공동위원장 (사)한국외식업중앙회 울산시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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