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춘봉 사회부 차장

TV 다큐멘터리로, 가수 강산에의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오르는 저 힘찬 연어들처럼’이라는 노래로 잘 알려진 연어는 울산과는 아무 상관없는 물고기로 여겨졌지만, 지난 2003년 5마리가 태화강을 거슬러 올라오면서 시민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게 됐다. 태화강을 찾는 연어는 매년 늘어났고, 2014년 1827마리로 정점을 찍으면서 태화강은 명실상부 생명의 강으로 거듭났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할 때면 삼호교 위에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수백 마리의 연어 떼를 보는 게 어렵지 않았다. 태화강 상공을 가로지르는 백로떼와 함께 연어는 생태도시 울산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연어는 태어난 하천 하구에서 40~60일 간 적응을 마친 뒤 북태평양을 따라 멀게는 알래스카까지 이동해 3~4년 동안 성장한 뒤 산란기가 되면 태어난 강으로 다시 돌아온다. 냉수성 어종이라 회귀율은 북쪽으로 올라갈수록 높아지고,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낮아진다. 우리나라는 세계 연어 회귀국 가운데 가장 남단이어서 개체 수가 적고, 특히 동해안 최남단인 태화강으로 돌아오는 연어는 그래서 더욱 특별한 손님이다.

해마다 증가세를 보이던 연어 회귀율은 2014년 이후 급격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5년 578마리, 2016년 123마리로 줄어들었고, 지난해 143마리에 이어 올해 269마리로 소폭 증가세를 보이긴 했지만 절정기에는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2016년에는 연어 회귀를 앞두고 울산을 강타한 태풍 ‘차바’ 때문에 태화강의 수중 환경이 완전히 변해 연어들이 고향을 찾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이후에도 연어 회귀는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연어 회귀 감소는 울산뿐만 아니라 양양 남대천 등 국내는 물론 전 세계적인 현상이라고 한다. 정부 간 국제기구인 ‘북태평양 소하성 어류위원회(NPAFC)’에서는 최근 몇 년 동안 치어 방류 당시 연안 수온이 상승한 게 치어의 생존율을 떨어트렸고, 이것이 회귀율 감소로 이어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그러나 올해 역대 최고 수준의 회귀율을 기록한 섬진강의 경우를 감안하면 NPAFC의 분석이 전적으로 옳다고 보기에 무리가 따른다. 넓게 보면 국내 바다에 대한 통합적인 분석이 필요하며, 좁게 보면 각 하천의 연구가 필요한 이유다.

그러나 현재 지역에서 투자하는 인력과 예산으로는 연어자원 연구에 대한 한계가 뚜렷하다. 태화강 연어 관리를 전담하는 곳은 울주군 축수산과 소속 태화강생태관으로, 생태관 운영을 총괄하는 6급 공무원을 포함해 총 7명이 근무 중이다. 이 가운데 전문 연구사는 단 1명이다. 올해 예산은 14억8000만원으로 대부분 군비고, 시비는 9250만원에 불과하다. 생태관 건립에 시비 23억원을 지원했지만 사실상 울산의 상징인 연어를 연구하는데 울산시는 1억원도 지원하지 않는 것이다.

태화강 연어 연구 활성화를 위해서는 울산시의 지원과 관심이 절실하다. 연어가 줄어드는 이유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울산을 포함한 전국 바다의 상황을 확인할 필요가 있는데 관할이 뚜렷한 울주군으로서는 한계가 있다. 원활한 연구를 위해서는 타 지자체와의 연계는 물론 정부의 지원이 필요한데 울산시가 그 연결고리 역할을 맡을 필요가 있다. 예산 지원 확대는 말할 나위가 없다.

올해 태화강생태관은 연어 회귀 숫자가 생태 체험에 필요한 수치에 크게 미치지 못하자 성어 관련 체험행사 대신 부화과정 관찰 쪽으로 체험 방향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생태도시 울산의 상징인 연어를 태화강에서 더 이상 만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박물관의 전시 표본이 아닌 자연에서 살아있는 연어를 누구나 볼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울산시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이춘봉 사회부 차장 bong@ksilbo.co.kr

 

저작권자 © 경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